사람을 돕는 로봇을 만들다

GIST 융합기술학제학부 강지연 교수
AWEAR Lab

인공지능의 발전에 따라 지능을 갖춘 로봇 시대가 곧 다가올 것이라는 기대가 높다.
곧 인간을 닮아 인간을 도울 수 있는 로봇이 나와 바로 우리 옆에서 인간처럼 움직일 것이라는 기대다.
그러나 인간처럼 움직이는 로봇은 지능만큼이나 기계적인 구현과 디자인에 대한 고민도 중요하다.
인간을 닮아, 인간을 도울 수 있는 로봇을 설계 · 제작하고 있는 GIST의 강지연 교수와 AWEAR Lab의 연구는 여기에서 출발한다.

자기 소개와 랩실 소개를 부탁드립니다.

GIST 융합기술원 로봇트랙을 맡고 있는 강지연입니다. 현재 사람과 로봇 간 상호작용 및 협응에 대한 이해와 데이터에 기반한 웨어러블 로봇 설계 및 제어 기술을 개발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AWEAR lab에서는 팔, 손목, 다리, 몸통, 골반 등에 대응하는 인체 타겟 부위에 따른 다양한 형태의 로봇을 다루고 있으며, 지능형 휠체어나 보행보조기와 같은 형태의 로봇도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사람의 근육을 모사한 케이블 기반 로봇 구동 매커니즘을 개발함으로써 보다 가볍고 자연스러운 인체와 유사한 로봇 움직임을 구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며 AI기반 웨어러블 센서를 이용한 연구도 함께 진행하고 있습니다.

AWEAR lab에서 구체적으로 연구하고 있는 분야가 궁금합니다.

AWEAR lab은 로봇이 어떻게 사람에 대해서 배우고,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지에 대한 고민을 하는 연구실입니다. 설계, 제작, 제어, 테스트까지 로봇연구에 필요한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 전 범위를 연구합니다. 하드웨어적인 측면으로는 인간과 상호작용하는 로봇으로써 사람의 신체에 과도한 관성을 부가하지 않으면서, 부자연스러운 움직임을 초래하지 않는 인체 친화적인 로봇 디자인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사람과 상호작용하는 로봇을 제작함에 있어서 로봇이 단순히 정해진 규칙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 아니라, 로봇이 사람의 움직임과 상태를 이해하고 스스로 판단하여 제어를 할 수 있는 소프트웨어와 로봇과 인체 상호작용 그 자체에서 나타나는 다양한 현상들에 대해서도 연구하고 있습니다. 이와 함께 최근에는 비전에 의해 사람의 움직임이나 상태를 해석하는 연구들도 진행하고 있습니다.

랩에서 실행한 연구 중에서 발표된 내용이 있을까요.
성과가 있다면 말씀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가장 많이 연구해 왔던 로봇 시스템은 케이블 기반 보행 보조 로봇입니다. 이 로봇은 보육인(Care Giver)이 아이의 보행을 보조할 때 그들의 골반에 손을 얹고 도와주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주목하여 개발하였습니다. 이는 사람이 걸을 때 골반 인근에 사람의 무게 중심이 있기 때문이고, 이 무게중심이 보행 시 시간에 따라 마치 나비(butterfly)와 같은 형태로 6자유도의 움직임(3자유도의 직선운동과 3자유도의 회전운동)을 보이게 됩니다. 이러한 나비 형상의 움직임을 원하는 형태로 변형시킴으로써, 보행에 어려움을 겪는 뇌성마비, 뇌졸중, 파킨슨 병 환자들이나 노년층의 보행 능력과 패턴을 향상시키는 연구들을 해 왔습니다. 이와 함께 케이블 기술에 기반하여 이러한 보행 이외에 근력강화를 위한 유연착용형 로봇과 같이 사람의 운동 능력을 돕고 치료할 수 있는 로봇 기술에 대한 연구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최근에는 SPINDLE이라 이름붙인 병렬형 로봇을 개발하여 병상에 누워있거나 수전증이 있는 환자들의 일상생활 활동을 도와주며 일상생활 복귀를 촉진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이 헬스케어 로봇에 대한 연구는 현재 임상연구와 함께 로봇의 성능 향상과 적용성 확장을 위해 진력하고 있는 단계입니다.
그리고 미시건대학교와 진행하고 있는 공동연구로 로봇팔을 사람 팔처럼 조작할 수 있도록 하는 점에서, 인체와 로봇 간 데이터가 중요하다는 측면에 착안하여 이 데이터를 체계적으로 구축하고 최적 변수들을 찾아주는 로봇 에뮬레이터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현재 다양한 의수체험을 할 수 있는 로봇팔과 의수에뮬레이터를 시험 개발했는데, 지금까지 연구가 많이 진행된 손가락의 움직임보다는 손목 움직임의 최적의 저항을 찾아내 제어하는 부분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다양한 의수 체험을 위한 의수에뮬레이터

다중 자유도 의수 손목 제어기 개발 및 VR 테스트 환경

로봇에 관심을 가지고 연구 주제로 삼으신 이유가 있을까요?

우리 연구실에서 개발하는 로봇은 사용할수록 사람의 활동을 증강시킨다는 점에서 다른 연구실들과의 차이가 있습니다. 사람의 기능은 쓰면 쓸수록 개발되고 잘 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자신의 기능을 최대한 사용하면서, 신체적 기능을 향상시킬 수 있는 로봇을 개발하고 있습니다. 보통 로봇에 대해 ‘도와준다’라고 생각하는데, 이를 바탕으로 생각해 본다면 사람의 신체적 기능을 최대화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주는 데도 아주 적합한 시스템입니다. 물론, 척수손상과 같이 움직임 자체가 어려운 분들은 보조가 필요하지만, 기능성이 어느 정도 남아 있는 환자 분들이 자신의 신체를 더 많이 훈련하고 쓰게 만들어 기능을 향상시키는 것도 그에 못지않게 중요합니다.

본래 다른 곳에 있다가 GIST로 옮긴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GIST로 옮긴 이유가 있을까요?

본래 미국에 있는 뉴욕주립대 버팔로(SUNY Buffalo) 기계항공공학부에서 조교수로 4년간 일하다가, 2023년부터 GIST에 부임하여 연구를 이어가게 됐습니다. 한국으로 와야겠다고 결심한 계기는 가족이 한국에 있었던 것이 가장 컸고, 코로나 때 이동이 많이 단절되면서 이러한 결심이 강해졌습니다. 그리고 저는 연구가 중요한 사람이라 한국에 와서도 제가 하고 있는 연구를 이어서할 수 있는 곳을 모색하던 중 GIST를 만나게 됐습니다. 막상 GIST에 와서 보니 연구환경이 잘 갖춰져 있고, 다양한 연구가 이뤄지고 있어 많은 도움이 됩니다. 또, 열성적인 한국 학생들을 만나 함께 연구하며 일하는 것이 정겹고 좋은 것 같습니다.

GIST로 랩을 옮기면서 달라진 점이 있을까요?

GIST에서 연구를 다시 시작하면서 한국에서 중요하게 생각되는 사회문제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연구 분야를 조금씩 바꾸어 가고 있습니다. 현재 한국 사회의 큰 문제 중 하나로 인구 절벽과 고령화를 꼽을 수 있습니다. 노년층이 최대한 건강수명을 유지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과학 · 기술적 연구들을 새롭게 진행하고 있습니다. 특히, 노년층의 근감소증은 건강수명과 매우 밀접한데 노인을 위한 진단 및 헬스케어 로봇을 현재 개발하고 있는 중입니다. 그 외에도 AI와 다이내믹 시뮬레이터를 결합하여 인체공학에서 풀지 못한 문제들을 머신러닝으로 해결하는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로봇 연구가 최근에 주목을 많이 받고 있습니다. 로봇 연구의 전망과 비전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제가 로봇연구를 시작하겠다고 생각한 것이 대략 10년 전쯤인데, 지금까지 많은 발전이 있었지만 로봇 전반에 걸쳐서 연구해야 할 일들이 너무 많다고 생각합니다. 일반적으로 사람과 로봇을 많이 비교하는데요, 로봇의 경우에 환경에 대하여 센싱하고 플래닝하는 것 뿐만 아니라, 장애물을 피할 때 움직임의 안정도 등은 아직까지는 기술적으로 한계가 많기에 로봇이 ‘사람’이 사는 환경에서는 공존하기 어렵습니다. 이렇게 풀어야 하는 문제들이 로봇 연구의 전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10년 전과는 다르게 로봇들이 서빙도 하고, 커피도 만드는 것을 종종 볼 수 있기에, 앞으로도 더 많은 생활 속에서 로봇을 볼 수 있는 다양한 기술들이 개발될 것으로 보입니다.

로봇 연구를 하시면서 어려웠던 점, 혹은 재미있었던(보람을 느꼈던 점)이 있을까요?

로봇은 호흡이 긴 연구 분야입니다. 특히 하드웨어를 구축하는 데 많은 시간과 연구비가 들어가야 합니다. 로봇이라는 시스템은 기능에 대한 디자인, 제작, 제어기 구축 등 많은 아이디어와 고민을 통해 제작해야 합니다. 로봇에 들어가는 모터나 센서 같은 경우에도 수많은 머릿속의 시뮬레이션을 통해서 정해집니다. 이런 여러 고민을 통해 하드웨어부터 소프트웨어 및 테스팅까지 전체 과정을 완료하기까지는 진행해야 하다 보니 상당한 인내를 요구합니다. 인체 실험을 하는 데는 데이터수집 등까지 해야 하다 보니 많은 시간이 걸립니다. 이 부분에는 여러 가지 문제도 있어 많은 인내를 요구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로봇을 통하여 잘 걷지 못하는 환자들이 보행 향상을 보인다거나, 재활을 통하여 삶의 질이 나아지는 환자들을 볼 때면 우리 연구가 실제로 사람들에게 직접적인 도움이 되는 로봇을 만든다는 보람도 느껴지고, 새로운 연구를 진행하는 데도 큰 동기부여가 됩니다.

앞으로의 목표가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목표는 로봇이 스스로 사람에 대해서 배우고, 그 형태나 움직이는 방법들을 진화해 나가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로봇이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센싱하고, 이해할 지에 대한 방법론을 계속 만들어 나가야 합니다. 사람을 ‘잘’ 도와주거나 퍼포먼스를 높이기 위해서는 사람의 상태, 주변상황, 필요한 점들을 잘 이해해야 하고, 그에 맞게 판별해 주는 초지능이 필요하게 됩니다. 저는 웨어러블 로봇에 그런 점들을 반영하여 맞춤형 웨어러블 시스템을 연구하는 것이 목표입니다. 예를 들어, 더 많이 움직여야 되는 환자들에게는 저항을 제공해서 더 많이 움직여서 근력강화를 시키고, 보조가 있어야 되는 환자들에게는 보조를 해서 보행을 도와줍니다. 겉보기에는 전혀 다른 로봇의 기능 같지만, 사람의 보행 퍼포먼스를 증가시키는 면에서는 동일한 목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처럼 로봇이 사람의 필요를 이해하고, 그 기능을 충실히 해서 공존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