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과 인공지능로봇의
건강한 공존을 위해서는

김건우
기초교육학부 교수(법학 · 과학기술윤리정책)

GIST는 이공계 연구중심 특성화대학이기 때문에 연구실이나 실험실에서 인공지능이나 로봇을 접하는 일은 어렵지 않습니다. 하지만 이제 우리는 일상에서도 인공지능이나 로봇을 흔히 볼 수 있게 됐습니다. 많은 이들이 ChatGPT라는 인공지능을 다양한 목적과 방식으로 활용하고 있으며, 각종 온라인 쇼핑, 은행, 웹서비스 등에서 인공지능 챗봇이 활약하고 있습니다. 카페나 식당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키오스크나 GIST 캠퍼스 내에서 음식 배달을 위해 돌아다니는 로봇 등은 말할 것도 없습니다. 인공지능과 로봇은 우리 삶과 떼놓을 수 없게 되었으며, 우리는 인공지능로봇과 함께 ‘공존’해야 하는 세상을 살게 되었습니다.

이러한 ‘공존’의 세상에서 대단히 중요한 것임에도 우리가 소홀히 하기 쉬운 점이 있습니다. 바로 인공지능이나 로봇을 활용하는 동안에 각종 중요한 사회 · 윤리적 문제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하는 행위나 판단 결과는 인간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며, 그 영향은 유익할 수도 있지만 특히 해로울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면, AI 안면 인식 장치나 AI 스피커는 개인의 사적 정보를 수집해서 감시하는 데에 이용될 수 있습니다. 또 금융 AI가 신용평가나 대출 심사에서 특정 집단 사람들에 대해 차별적으로 불이익을 주거나, 챗봇이 특정 성별이나 인종에게 차별적인 발언을 한다면, 그것은 ‘윤리적으로’ 매우 해로울 것입니다. 이러한 상황들은 모두 결코 가볍지 않은 윤리적 쟁점들입니다. 한마디로, 인공지능이나 로봇의 행위나 판단으로 인해 인간의 존엄성, 자율성, 프라이버시, 공정성과 같이 인간이 힘들게 얻어내고 정립해 온 소중한 가치가 훼손될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필자는 <인공지능로봇의 윤리>라는 수업을 2016년에 한국 최초로 개설하여 지금까지 진행해 왔습니다. 하지만 관련한 문제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데에 비하면, (제 노력이 부족한 탓인지) 우리 학내의 관심은 여전히 미미한 것 같아 아쉽습니다. 덧붙여, 이러한 문제와 관련해 특별히 유의해야 할 점을 몇 가지 지적하고 싶습니다.

첫째, 우리는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무엇인지, 어떤 일을 얼마나 잘하는지를 과대평가하거나 오해하기 쉽습니다. 흔히 인공지능에 대해서 “인간‘처럼’ 학습한다, 생각한다, 결정한다, 행동한다”라든가, 혹은 “‘스스로’학습한다, 생각한다, 결정한다, 행동한다”라는 말을 쉽게 사용하곤 합니다. 관련 전공 교재나 수업에서도 이런 말들을 일상적으로 사용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말들을 무분별하게 사용하다 보면, 자칫 인공지능이 ‘진정으로’ 학습하고, 생각하고, 결정하고, 행동한다고 여기기 쉽습니다. 인공지능이나 로봇은 결코 그렇게 하지 못하며, 단지 ‘겉보기에’ ‘마치 인간처럼’ 행할 뿐입니다. 비록 인간에게 사용하는 동사들을 인공지능이나 로봇에게 어쩔 수 없이 사용한다고 하더라도,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정말로 그런 동사들을 행한다고 오해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둘째, 우리는 “인공지능이나 로봇이 인간이 하는 모든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라거나, “로봇이 인간보다 더 뛰어날 것이다”라는 말을 많이 합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그것을 마치 ‘또 하나의 인간’인 것처럼 여기기 쉽습니다. 인공지능을 ‘인간화’ 혹은 ‘인격화’하기 쉽다는 것입니다. 이때 그 과정에서 우리가 인공지능이나 로봇에게 우리 자신을 쉽게 의탁하거나, 반대로 우리의 경쟁상대나 적으로 지나치게 배척하기 쉽다는 점이 문제입니다. 인공지능로봇은 인간과 서로 영향을 크게 주고받으며 함께 일을 수행하지만, 그것은 결코 인간이 아닙니다. 따라서 관련한 교육이나 정책도 바로 그러한 양극단의 오해나 과장된 판타지에 기반할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과 로봇이란 무엇인가에 관한 냉철한 인식에 기반해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인공지능로봇과 어떻게 공존해야 할까요? 우리는 마땅히 인공지능로봇의 장단점을 제대로 파악해서 장점을 극대화하도록 그것을 활용해야 할 것입니다. 다만 이 때 인공지능을 잘 활용하여 어떤 ‘효율성’이나 ‘경제성’을 높이는 것만을 좇을 것이 아니라, 인공지능을 사용하는 과정에서 앞서 언급한 바와 같이 불거질 수 있는 사회 · 윤리적 쟁점들을 어떻게 해소하고 극복할 수 있는가를 함께 고민해야 합니다. 그러지 않는다면 인공지능로봇에 대한 신뢰가 쌓일 수 없을 것이며, 인간은 인공지능 로봇과 건강하게 공존할 수 없을 것입니다.

끝으로, 장기적이고 더 근본적인, 그래서 어쩌면 미래에 결정적으로 중요해질 쟁점을 언급하겠습니다. 사실 인공지능이나 로봇 기술은 여러 다양한 기술들의 집합이고, 그러한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는 여러 가지 근본적 변화가 예견됩니다. 하지만, 이들 기술의 진화를 보면 공통적 방향성이 있습니다. 바로 그러한 기술은 ‘자동화’의 극대화와 ‘연결성’의 극대화를 향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인공지능로봇 기술이 극도로 발달한 사회의 모습은 어쩌면 한편으로는 더 이상 인간이 자율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할 필요가 없고, 다른 한편으로는 인간과 주위 환경의 모든 것이 서로 연결되는 세상일 수 있습니다. 사실 우리는 그런 세상에 이미 발을 들여 놓았고 그런 세상에 길들어 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다음과 같은 근본 질문이 생겨납니다. 전 세계 모두가 연결되어 가지만 실상은모두가 홀로 존재하는 세상을 살게 된 것은 아닐까요? 그런 세상에서 인간은 무엇일까요? 우리의 삶은 어떤 의미를 가질까요?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우리는 이런 질문을 통해 그런 세상의 가능성과 전망에 대해 미리 상상하고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