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오스에 맑은 물을 선물하다

인간은 물 없이는 살 수 없지만, 깨끗하지 않은 물은 언제든지 인간의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UN 세계 물 개발 보고서 2023'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약 20억 명에 달하는 인구가 오염된 물을 식수로 사용하고 있으며, 세계 인구 10명 중 1명은 일상생활에 필요한 물을 제때에 공급받지 못하고 있다.

2023년 초 GIST에 민족사관고등학교의 ‘옹달샘’이라는 동아리의 학생들로부터 연락이 왔다. 이번 여름 라오스로 해외봉사를 갈 예정인데, 현지 지역주민들의 물 문제를 해결하는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싶어 도움을 요청한다는 내용이었다. GIST 국제환경연구소는 이미 2016년 중력식 멤브레인 기반 수처리 장비인 GIST 희망정수기를 개발해 여러 국가에 보급하고 있는 터였다. 이 장치는 필터, 소독, 병원성 미생물 및 중금속 제거 등 현지 상황에 따라 조합할 수 있는 소규모 수처리 시스템으로 2016년 미래창조과학부 글로벌 협력 15대 유망기술로 선정되기도 했다.
지구 · 환경공학부 김경웅 교수는 옹달샘의 시도를 기특하게 여기고 흔쾌히 협력해 주기로 하였다. 그리고 약 4개월간 ZOOM을 이용해 학생들에게 물의 중요성, 기후위기로 인한 물 문제의 심각성 등 기초 교육뿐만 아니라 오염원에 따른 수처리방법을 지도하였다. 또한 라오스 현지에서 활동 중인 NGO를 통해 정수기를 설치하고자 하는 포사이(Phoxay)지역의 팟하오(Phathao)초등학교에서 학생들이 마시는 원수를 미리 받아서 분석해 본 결과 비소 등의 중금속은 포함되어 있지 않아 국제환경연구소에서 개발한 중력식 막여과(GDM: Gravity-Driven Membrane) 수처리 장치를 설치하면 안전한 식수를 공급할 수 있다는 결론에 도달하게 되었다.
이에 따라 여름방학 기간 중인 7월 3일에 민사고 학생들이 GIST를 방문하여 국제환경연구소에서 기증받아 가지고 가게 될 GDM 필터를 설치하고 박테리아 제거율을 테스트 하는 실습을 하였고, 7월 17일부터 22일까지 옹달샘 동아리 학생들은 라오스 현지에서 중력식막여과장치를 현지 초등학교에 설치하여 운영하는 등 다양한 봉사활동을 성공리에 수행하였다.

동아리 활동을 수행한 민족사관고등학교 허유진, 이지아 학생의 수기

민족사관고등학교 동아리 옹달샘은 적정기술의 개발과 도입을 통해 수질 문제를 겪고 있는 나라들을 돕고자 하는 고등학생으로 이루어진 동아리이다. 그리고 이번 목적지는 라오스였다. 사전 조사에 의하면 라오스는 수질 오염 문제가 심각한 나라로, 물에 철분이나 석회질 함유량이 매우 높아 많은 사람들이 부작용을 겪고 있고, 농촌지역은 우물이나 저수지, 강 등에서 물을 마시기 때문에 안전성을 알 수 없는 곳이었다.
처음 라오스를 접했을 때, 우리나라와 굉장히 비교가 되었다. 비포장도로가 대부분이고, 도로에 물소가 누워 있어 차가 멈추는 일도 있었고, 학교마저 전기가 공급되지 않아 전등조차도 설치할 수 없었다. 현지는 너무나 열악한 환경이었고 그런 환경에서 평생을 사는 현지 사람들이 궁금해졌다. 자세히 들여다보니 나무판자가 떨어질 것만 같은 집 안에는 네 살 정도 되어 보이는 아이 둘이서 손바닥 밀치기를 하며 놀고 있었고, 냇가에는 여럿이 물놀이를 하고 있었으며, 동네 주민들이 모두 모여 음식을 나누어 먹으며 웃고 있었다. 무심히 지나쳤다면 알아챌 수 없는 소소한 행복들이 눈에 가득 들어왔다. 이상적인 행복의 모습이었다.
이렇게 행복한 사람들에게 우리는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이미 행복한 사람들에게 우리가 어떤 걸 더 해줄 수 있을지에 대하여 많은 두려움과 걱정이 앞섰다. 하지만 첫날, 사전조사를 위해 학교를 방문했을 때 아이들이 지내고 있는 환경과 마시고 있는 물을 보고, 그리고 우리가 모금한 돈으로 설치된 개수대에서 물을 마시며 즐거워하는 아이들을 보았다. 그 순간, 우리의 봉사가 도움이 될 수 있겠다는 작은 희망을 보았고, 기술봉사와 교육봉사를 이어나가며 그 희망을 확신으로 바꿀 수 있었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봉사의 주요 목적은 적정기술로 만든 정수기를 라오스 현지 학교에 설치하고, 사용법을 알려주는 것이었다. 사전 조사에서 현지 물을 샘플링 했을 때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는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식수에 분포하는 유해 박테리아였고, 다른 하나는 중금속이었다.
자료조사를 통해 알게 된 박테리아의 크기는 0.2μm ~ 0.5mm까지 다양했다. 0.1μm 포어사이즈의 마이크로 멤브레인 필터로 해결 가능했다. 그러나 문제는 압력이었다. 물을 필터에 통과시키기 위해서는 압력이 필요하다. 이 문제는 GIST 김경웅 교수님의 도움으로 쉽게 해결할 수 있었다. 김경웅 교수님께서는 중력으로 생기는 수압을 이용하여 필터를 작동시키는 방식을 연구하셨고 기꺼이 옹달샘의 지도자가 되어주셨다. 덕분에 박테리아를 성공적으로 여과시키는 정수기를 제작할 수 있었다.
중금속은 어려웠다. 중금속은 크기는 μm가 아닌 nm단위였다. 만약 nm단위의 멤브레인 필터를 만든다면, 이를 가동하기 위해서는 큰 압력이 요구된다. 결국 전기나 발전기 등의 외부 에너지가 필수적이다. 현지의 환경을 고려하면 멤브레인 필터로 여과하는 것은 비효율적일 것이라 판단했고 중금속이 양극의 전하를 띈다는 성질을 이용하여 이온교환수지를 활용하는 필터를 설계하였다. 이후 2개의 과정이 외부의 추가적인 힘없이 잘 작동할 수 있도록 설계 및 조립을 했고 현지의 수도꼭지와 연결하여 정수기 설치를 마쳤다. 이후 현지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필터 교체 방법 또한 알려주었다.
5일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교육 봉사와 노력 봉사, 문화교류까지. 정신없이 지나갔던 봉사를 마무리하며, 봉사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을 깨달을 수 있었다. 봉사는 처음부터 완벽하게 준비할 수는 없다. 하지만 봉사를 통해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가짐을 가지고, 현지에서 계획을 점검하며, 끝까지 봉사의 가치를 잊지 않고 노력한다면 분명 뒤돌아보았을 때 후회 없는 봉사를 마치고 있을 것이다. 준비한 것들이 100% 현지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확신은 가질 수 없지만 1%라도 우리의 노력이 도움이 되었다면 그것으로도 충분하다는 것을 이번 봉사를 통해 깨달았다.
옹달샘은 거창한 단체가 아니라 적정기술과 해외봉사에 관심이 있는 고등학생 열댓 명이 모인 작은 동아리이지만 의지 하나만으로 값진 봉사를 이루어냈다. 이번 해외봉사는 그 어떤 봉사보다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있을 것 같다. 물론 마음가짐 하나로 봉사를 진행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나 마음가짐 없는 봉사는 어떠한 의미도 갖지 못 한다고 확신한다. ‘온전히 전하는 봉사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수많은 대답이 머릿속에 떠올랐지만 하나로 모인 답변은 그렇게 복잡하지 않았다. 누군가를 돕겠다는 강한 다짐에서 시작되는 행동, 그것이 진정한 봉사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