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스트는 나의 힘
이차범
2019 지스트 우수 동문상 수상
미국 Texas A&M대학교
기계공학과 조교수
“지스트는 저에게 집이었습니다. 자고, 먹고, 땀 흘리며 운동하고, 수업 듣고,
그리고 밤새워 연구하는 그런 공간이었습니다.
한 번씩 불태산에 올라 지스트를 바라보며 멋진 연구자가 되고자
다짐했던 모습이 가끔 생각이 납니다.
연구 결과, 논문, 제안서, 과제 평가 등등에 시달리지 않고
순수한 모습으로 성과에 연연하지 않고, 배움에만 충실했던 지난 시절이 그립습니다.
눈 덮인 지스트의 캠퍼스가 참 아름다웠는데, 지금도 그런지요?”
우물 안 개구리 식의 고민에서 벗어나 조언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일 것
지스트 석박사 시절 저의 유일한 공간이었던 기숙사와 실험실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연구 방향과 진로에 대해 수없이 생각하고, 여
러 선후배와 이야기를 나누었지만 결국 우물 안 개구리식의 고민이
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그런 저의 옛 모습을 지금 지도하는 대
학원생들에게서 보게 됩니다. 석박사과정 학생들이 전공, 진로를
스스로 알아볼 수 있는 능력이 있으면 좋겠지만, 전공과 진로를 스
스로 선택하기 힘들 때는 자기 자신을 가장 잘 알고 있고, 해당 분야
의 현실을 직시하고 계시는 지도교수님과 상의해 볼 것을 당부하고
싶습니다.
A4 용지 2장에 빽빽이 적힌 교수님의 제자 사랑
석사과정 중이던 2006년 일본 나고야 근처 카리야시에 위치한
JTekt 회사에서 2달 정도 연구 연수를 수행하던 당시, 지도교수님
이셨던 이선규 교수님께서 함께 동행해주셨어요. 교수님께서는 모
두 일본어만 쓰는 회사원들과의 업무를 수월하게 할 수 있도록 업무
상 가장 자주 쓰는 일본어를 A4 용지 두 장에 빽빽하게 적어주셨는
데, 그 A4 두 장만 들고 다니며 업무를 배우고, 간단한 연구도 수행
할 수 있었습니다. A4용지 두 장은 저에게 몇 일 만에 업무에 크게 문
제가 되지 않을 수준의 대화 능력을 만들어 주었어요. 교수님께서 적
어주신 A4 두 장의 효과는 업무상 언어의 장벽을 뛰어넘는 마술이었
습니다. 항상 감사하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기초연구와 응용연구 모두 수행하기 좋은 지스트의 연구 환경
지스트에서 연구했던 기초 연구들은 모두 현재 하고 있는 연구의 밑
거름이 되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현재 연구하고 있는 계측 분야는
상당히 고전적인 부분이면서 이론적으로 또 실험적으로 완성에 가
깝다고 할 수 있어요. 게다가 기계, 전기, 전자, 광학, 재료 등등의 분
야에 대한 지식과 경험이 있어야 계측을 이해할 수 있는데, 이러한
전반 분야를 지스트에서 경험할 수 있었고, 이런 경험들이 새로운 계
측 분야를 개척해 나가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졸업생의 진로와 주변 기업으로부터의 참여로 지스트가 세계로 뻗어나갈 수 있는 기회가 되길
지스트의 연구 역량은 이미 세계적인 수준으로 평가받았고, 앞으로
도 계속 높은 평가를 받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지만, 졸업생이 국내
외 무대에서 그에 상응하는 평가를 받고, 기업, 연구소, 대학에서 활
발한 연구 활동을 이어간다면 지스트의 연구 역량과 그 파급효과는
더 커질 것이라 생각합니다.
기회를 놓치지 않으려면 오랜 기간의 인내와 노력이 필요
지스트를 졸업한 동문으로써 제가 후배님들에게 해드릴 수 있는 말
씀은 이것뿐입니다. 기회는 어느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하지만 기회
를 잡으려면 자격도 필요하고, 오랜 기간의 인내와 노력이 필요합니
다. 지금 하는 연구가 힘들고, 지금 하는 석박사과정의 끝이 보이지
않는다고 할지라도, 기회의 자격을 갖추기 위해서 매 순간 노력이 필
요합니다, 지스트 선배, 교수님이 있기 때문에 절대로 좌절하지 말
고, 어려울 때는 주저 말고 조언을 구하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