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의 서막
8년 내 사라질 직업과 살아남을 직업
AI(Artificial Intelligence, 인공지능)는 ‘인간의 학습 능력, 추론 능력, 지각 능력,
자연언어 이해 능력 등을 컴퓨터 프로그램으로 실현한 기술’이다.
증기기관과 전기가 산업혁명을 이끈 것처럼, AI는 4차 산업혁명을 일으킨 핵심 동력으로
이미 산업뿐만 아니라 정보기술 전 분야로 급속히 확산하고 있다. 단순 명령 수행에
그쳤던 AI가 소프트웨어의 개발 역량 축적, 하드웨어의 연산 능력 확대,
경쟁적인 양자 컴퓨팅 개발 등으로 막대한 데이터와 컴퓨팅 파워를 갖추며
새로운 전환기를 맞은 것이다.
빠르게 발전하고 있는 AI로 사고에 안전한 무인자동차, 간편하고 정확한 의료 검진,
빠르고 안전한 재난·위기 대처 등 우리가 꿈꿔온 미래가 가능해졌다.
이미 여러 분야에서 사람의 능력을 넘어선 AI.
영화처럼 AI가 인간을 초월한 존재가 될지도 모른다는 우리의 막연한 두려움은
어쩌면 당연한 것일지도 모르겠다. AI, 이 놀라운 기술과 함께 우리는 어떻게 공존해야 할까.
AI 스피커에 날씨를 묻고, 최신곡을 신청하는 사람들. 모 TV 광고에
나온 독거 어르신을 위해 말벗이 되어주는 AI 서비스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그러나 최근까지도 AI의 발전사는 이렇듯 화려한 것이 아니었다.
AI 시작은 1950년 영국 수학자 앨런 튜링이 ‘계산 기계와 지능(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이라는 논문에서 기계가 생각할 수 있는지
테스트하는 방법, 지능적 기계의 개발 가능성, 학습하는 기계 등에 대해
기술한 것으로 보고 있다. 1956년 미국 다트머스 대학의 존 매카시 교수가
개최한 다트머스 회의를 통해 처음으로 AI라는 용어가 등장한다. 그 후
몇몇 신경외과의나 학자들에 의해 신경망 기반의 AI 연구가 진행되지만,
성과는 미비했다.
이후 AI의 결정적 순간은 최근 5년이었다. 인간처럼 외부의 정보를 인식하고,
학습하며, 추론하고, 행동하는 AI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졌다. 이제 AI는
외부의 수많은 데이터를 스스로 인식하고 이해해 정보로 받아들이고 학습할 수
있게 되었다. 2016년 이후 시행착오를 통해 목적하는 바를 스스로 학습하는
강화학습(Reinforcement Learning)에 대한 연구가 진행되며 AI는 인간의
사고 영역에 한 발 더 가까워졌다. 2017년 전후로는 인간의 고유 영역이라
여겨져 온 추론과 예측 기반의 행동 분야 AI 연구가 그 가능성을 드러내고
있다. AI의 발전은 이제 막 속도를 올리기 시작했다.
One day the Als are going to look back on us the same way we
look at fossil skeletons on the plains of Africa. An upright
ape living in dust with crude language and tools, all set for
extinction. 언젠가 모든 인공지능이 우리를 쳐다보며 우리가 아프리카
평지에서 화석화된 뼛조각을 쳐다보듯이 할 거야. 우릴 멸종되기 직전의
흙덩이 속에서 조잡한 도구와 언어를 사용하며 직립보행을 하는 원시인들로 보면서 말이야.
- 영화 <엑스 마키나> 중에서
AI의 최근 5년간 발전보다 놀라운 것은 이미 주요 국가와 기업들이 AI 연구 결과물을
제품과 서비스에 빠르게 적용해 상용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구글과 페이스북은
딥러닝(Deep Learning)을 활용한 얼굴 인식 기술에서 거의 100%에 근접한
정확도를 확보하였고, 아마존은 AI를 활용하여 로그인 시 물류창고에서 배송
절차를 시작하는 결제예측 배송을 특허로 등록했다. 또한, AI의 활용은 전문분야라고
할 수 있는 법률 및 의료 분야에서까지 이루어지고 있다. 만약 관련 잡지나 최신
논문 데이터, 임상 데이터를 불러들이고 수십만 건에 달하는 전문 분야별
근거를 학습한 AI를 실현할 수 있다면 경험이 풍부한 숙련된 전문가보다 정확한
판단 및 진단을 서비스 받게 될 것이다. 자동운전 또한 꿈이 아니게 되었다.
미국의 반도체 제조사인 엔비디아는 완전자율주행 로봇택시 개발을 위해 설계된
세계 최초의 AI 컴퓨터를 공개했고, 테슬라의 오토파일럿(Autopilot)은 인간 개입을
배제한 100% 자율주행이 가능한 수준에 이르렀다. 감정을 가지고 표현하는 AI의
등장도 잇따르고 있다. 일본 소프트뱅크사가 개발한 로봇 ‘Pepper’는 감정
엔진이라고 불리는 AI를 탑재하여 사용자의 슬픔에 공감하고 기쁨을 나눌 수 있다.
독일에서는 AI로 베토벤 ‘미완성 교향곡 10번’을 완성했고, 구글이 개발한 AI 화가
딥드림(Deep Dream)의 그림 총 29점은 9만 7,000달러에 판매됐다.
MBC 다큐멘터리 <미래인간>에서는 AI가 장착된 무인버스를 바라보며 일자리를 걱정하는 버스 기사,
재택근무를 통해 컴퓨터가 항공지도에서 집을 인식하는 일을 보조하는 저임금 일용직 노동자의 모습을
보여주며 큰 공감을 얻은 바 있다. 이쯤에서 인간을 초월한 AI의 등장을 상상해 본다. 두려운 일이다.
AI의 발달은 인간의 생존과 관계가 있다. 스티븐 호킹과 엘론 머스크는 AI와 로봇이 인류의 멸종을 부를
수 있다고 언급한 바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더 시급한 일은 일자리가 점점 사라질 거란 점이다.
영국 옥스퍼드대학 마틴 스쿨 연구진은 2013년 발표한 보고서에서 미국에 있는 702개의 직업 중 절반에
가까운 47%의 직업이 AI의 발달로 앞으로 20년 안에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앞으로 사라질 직종에
관해서는 텔레마케터, 시계 수리공, 도서관 사서, 데이터 입력인, 캐셔, 톨게이트 직원 등 전 산업에
걸쳐 단순 노동 직종이 집중적으로 타격을 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전문직 또한 안심할 수 없다.
인공지능의 가장 큰 발전은 소위 전문직으로 일컬어지는 분야에 집중되고 있다. 의료, 금융, 자원개발,
재난구조 현장 등 인간 이상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AI에 불안함을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옥스퍼드대학의 연구 결과는 20년 안에 기존 일자리 3개 중 1개가 없어지리라 예상했다.
많은 과학자와 기업가가 인공지능 때문에 수많은 직업이 사라지리라 예측한다.
이 중에는 의료 분야도 포함된다. 그렇다면 AI가 의사를 대신하게 될까?
분명 AI는 인간보다 빨리 새로운 의료지식과 기술을 습득할 수도 있고,
환자의 치료를 위해 인간보다 더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그러나 환자가 느끼는 고통과 불안, 분노, 좌절 등을 과연 AI가 온전히 이해할 수 있을까?
단순하게 질병을 진단하기에 앞서 환자와 소통하는 것이 의사의 일이다.
AI는 도덕적 기준이 없고, 인간이 추구하는 가치를 선택하지 않는다. 오류가 존재하며,
최악의 경우 악용될 수도 있다. 인간의 판단과 감독이 필요한 것이다.
AI는 절대 의사를 대신할 수 없다. 인간만이 할 수 있는 창의력과 감성, 소통의 능력은
AI가 결코 이길 수 없는 인간의 가장 큰 경쟁력이다.
AI는 우리가 그동안 꿈꾸지 못한 상상 이상의 윤택한 삶을 인류에게 제공할 것이다.
이에 세계는 AI의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 경쟁 중이다. 여기서 주목할 점은 선도국과
우리나라의 AI 기술 격차가 크게 벌어져 있다는 것이다. 출발이 늦은 탓이다.
양질의 데이터 확보, 경쟁력 있는 AI 개발 역량을 높이기 위한 노력이 시급하다.
무엇보다 수준 높은 국내 인재들의 양성을 위해서 지원을 아끼지 않아야 하겠다.
AI가 만들 미래가 아직도 두려운가? 마음껏 기대해도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