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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 치매 등 인류의 건강수명을 위협하는 질병들과 코로나19 사태 등 새롭게 발생하는 치명적인 감염병들의 병인을 규명하고 치료법을 제시하기 위해 인공지능, 항암, 항바이러스, 감염, 미세먼지, 면역치료 등을 키워드로 생명과학과 의과학·의공학의 유기적인 공동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지스트 연구센터의 이름은 무엇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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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웅
국제환경연구소 소장
지구·환경공학부 교수

레이첼 카슨의
침묵의 봄이 주는 교훈

코로나로 3년 이상을 시달리면서 이제는 모든 국민이 바이러스, 면역, PCR 테스트 등 여러 의학 및 생물학적 지식을 알게 된 것 같다. 이에는 대중매체의 역할도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스티븐 소더버그 감독이 연출한 의학 스릴러 <컨테이젼(Contagion)>은 2011년에 개봉된 영화지만 코로나 초기에 많이 회자 되었다. 신종 감염병 유행에 따른 인간의 공포와 사회적 혼란을 그려낸 할리우드 영화로 최근에 우리가 겪은 코로나 펜데믹 상황과 소름이 끼칠 정도로 유사하다. 영화가 시사하는 바는 다양하지만 유독 필자의 기억에 남는 것은 아무 대사와 해설 없이 1분 정도 영상으로만 표현하는 마지막 장면이다. 이 엄청난 사태를 몰고 온 바이러스의 출처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충격과 전율을 안겨준다.
이렇듯 앞으로 일어날 수 있는 여러 가지 재앙을 예견하는 영화가 있는가 하면, 반대로 과거에 있었던 재앙 수준의 실제 사건들을 파헤쳐 대중에게 알리고 경각심을 불러일으키는 영화들도 있다. 특히, 환경오염과 이로 인해 야기된 주민들의 건강 문제를 다루는 법정 영화들은 우리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이러한 영화의 공통점은 대형 회사가 진실을 알고 있었음에도 모르쇠로 일으킨 사건이라는 것, 법적 분쟁이 오래 지속된다는 것, 사건을 파헤치는 사람들이 변호사이건 일반인이건 처음에는 초보자로 시작하지만 집념을 가지고 매달려 결국은 승리한다는 것이다. 물론 피해를 입은 지역 주민들의 역할도 영화에서 빼놓을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영화 중 필자가 기억하는 첫 번째 영화는 <시빌 액션(Civil Action, 1998)>이다. 주인공은 구급차를 따라다니면서 빌붙어 살아가는 변호사인데, 당시 포춘지 선정 미국 500대 기업인 Beastrice Foods(베아스트리즈 푸드)와 W.R. Grace & Co의 공장폐기물로 인한 환경오염과 지역 주민의 건강 피해를 파헤쳐 나간다. 또 다른 영화는 줄리아 로버츠 주연의 <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kovich, 2000)>다. 교통사고 담당 변호사의 사무실 장부를 정리하던 주인공은 우연히 미국의 대기업 PG & E(Pacific Gas and Energy Company)가 일으킨 대재앙 수준의 환경오염을 밝혀낸다. 최근에 개봉된 <다크 워터스(Dark Waters, 2019)>는 대형 로펌에서 일하던 시골 출신 변호사가 고향 사람의 방문을 받으면서 사건이 시작된다. 그의 고향은 웨스트 버지니아로 전설의 컨트리 가수 존 덴버(John Denver)의 ‘Take me home country road’의 가사에 나오듯이 평화로운 시골길을 가진 전원이다. 그러한 그의 고향에 젖소의 떼죽음, 메스꺼움과 고열에 시달리는 사람들, 기형아 출생, 중증 질병의 발생 등이 나타나면서 독성 물질인 PFOA(Perfluorooctanoic Acid, 퍼플루오로옥타노익산)의 유출 사실이 드러난다. 영화는 어느 정도의 독성 가능성을 인지하고서도 이걸 폐기하는 과정에서 심각한 환경오염을 일으킨 대기업 듀폰에 맞서 싸우는 이야기이다. 이 영화의 마지막 장면에 나오는 ‘지구상 거의 모든 생명체에 PFOA가 핏속에 흐르고 있다. 99%의 인간을 포함해서’라는 자막은 우리에게 공포심을 일으킨다. 영화는 이를 통해 인간이 만들어 낸 화학물질이 인류와 환경에 얼마나 해악을 끼칠 수 있는지를 보여준다.

영화 <컨테이젼> 포스터

영화 <다크워터스> 포스터

이러한 맥락에서 보면 세상을 바꾼 인물, 세상을 변화시킨 책으로 20세기 환경학 최고의 고전 《침묵의 봄》과 저자 레이첼 카슨을 빼놓을 수 없다. 1962년에 저술된 《침묵의 봄》은 레이첼 카슨이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에서 살포된 살충제 및 제초제용 유독물질이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하여 쓴 책으로써, 서양에서 환경운동을 시작하게 된 계기로 알려져 있다. 카슨은 대중 앞에서 강연할 때면 늘 새롭게 등장한 불길한 징조에 관심을 표명했다. 그녀는 “제 힘에 취해서 인류는 제 자신은 물론 이 세상을 파괴하는 실험으로 한 발씩 더 나아가고 있다”고 했으며, 과학 기술이 인류의 도덕적 책임감보다 훨씬 더 빠르게 움직인다고 걱정했다. 카슨의 책 한 권이 자본주의 체제를 바꿀 수는 없었으나, 이는 한 개인이 사회의 인식을 어떻게 변화시킬 수 있는지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되었다. 여기서 현재의 우리에게 교훈이 될 수 있는 제8장 “새는 더 이상 노래하지 않고”의 일부를 소개하고자 한다.

세상을 변화시킨
20세기 환경학 최고의 고전 도서 《침묵의 봄》

앞으로 닥쳐올 비극적인 운명을 잘 말해주는 사례 중 대표적인 것이 우리에게 친숙한 울새 이야기다. 울새는 곤충을 먹이 삼는 참새목 딱새과의 나그네새로 영어로는 ‘Robin’이다. 수많은 미국인이 아침 햇살 사이로 울려 퍼지는 울새들의 노랫소리를 들으며 기나긴 겨울에서 벗어나 새로운 봄날을 맞이하곤 했다. 그러나 언젠가부터 이런 이야기는 지나간 옛일이 되어버렸는데 이 비극의 시작은 이렇다.
1930년경에 합판을 만들기 위해 유럽에서 들여온 느릅나무 목재에 숨어서 네덜란드 느릅나무병이 미국으로 건너왔다. 이 병은 균류로 인해서 발생하는데, 이러한 병원균이 나무에 장애를 일으키고 독성물질을 분비해서 가지를 시들게 하고 결국 죽게 만든다. 느릅나무 껍질에 사는 딱정벌레가 이 병을 다른 나무로도 옮기므로 병해를 막기 위해 매개체인 딱정벌레를 없애는 방법이 자주 사용되었다. 네덜란드 느릅나무병의 방제는 1954년 어느 대학 구내에서 소규모로 시작하여 대학이 위치한 ‘이스트랜싱’시 전체로 살포 범위가 확대되었다. 그와 동시에 매미나방과 모기박멸계획이 시행되어 각종 화학약품이 무차별 살포되었다. 살충제를 뿌리는 사람들은 그 약품들이 새들에게는 무해하다고 강조했지만 울새들은 바로 그 약품의 독성 때문에 죽어갔다. 새들은 평형감각 상실 증세를 보이거나 몸을 떨기 시작했고, 끝내 심한 경련과 함께 죽어갔다.
당시에 여러 가지로 판단해 본 결과 울새들은 살충제와 직접적으로 접촉했다기보다는 살충제가 체내에 축적된 지렁이를 먹음으로써 간접적으로 중독되었음을 알 수 있었다. 유독 약품은 해충 이외에 느릅나무에 유용한 곤충까지도 다 죽일 뿐만 아니라 나뭇잎과 나무껍질에 얇은 막을 형성하여 빗물에도 씻게 내려가지 않는다. 가을이 되어 떨어져 축축해진 낙엽들은 아주 천천히 분해되는데 지렁이들이 가장 좋아하는 느릅나무 썩은 잎을 먹어 치우는 과정에서 살충제까지 흡수하게 되어 체내 다양한 기관에 유독물질이 축적되고 농축됐다. 물론 많은 지렁이가 죽었고, 개중 살아남은 지렁이들이 독극물의 생물학적 경로(pathway) 역할을 한 것이다. 새들은 1분에 한 마리씩의 지렁이를 먹어 치우는데 큰 지렁이 11마리에 농축된 DDT*양 정도면 울새에게 치명적인 양이 된다.

*DDT:디클로로디페닐트리클로에탄(Dichloro-Diphenyl-Trichloroethane)의 약자로 색깔·냄새가 없는 살충제.
DDT는 제2차 세계대전 때 말라리아, 티푸스를 일으키는 모기의 구제에 사용되었으며, 이후에도 여러 곤충으로 인해 일어나는 질병의 구제에 사용되었다. DDT의 살충 능력을 처음 발견한 스위스 화학자인 파울 헤르만 뮐러는 1948년에 이 발견으로 노벨 생리학·의학상을 받게 되었다. 그러나 《침묵의 봄》이라는 책을 통해 미국 내 무분별한 DDT 사용에 대한 환경적인 영향 및 생태계나 사람의 건강에 끼치는 영향이 설명되었다. 《침묵의 봄》이 불러온 대규모 항의로 인해서 미국에서는 1972년도에 DDT 사용을 전면 중단하였다.

울새를 멸종으로 이끄는 또 다른 요인은 불임이었다. 번식이 이루어지지 않은 이유는 울새 암수 중 한쪽 또는 모두가 새끼를 낳기 전에 죽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더욱 심각한 것은 울새를 비롯한 다른 새들이 둥지를 틀었는데도 알을 낳지 못하거나 알을 품었다 하더라도 부화시키지 못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미국의 많은 중서부 도시들이 이 문제를 겪었지만, 이후 다른 도시들에서도 이러한 사례를 조사하지 않고 계속 값비싼 화학 약품들을 살포했다는 사실이 충격을 더한다.

울새

2022년 1월 국내에서는 꿀벌이 사라졌다는 보고가 곳곳에서 전해졌다. 전남 해남군의 한 마을에서 양봉업을 하는 한 농부는 지난해 말, 동면이 끝난 꿀벌 상태를 확인한 후 봄 양봉을 준비하고자 벌통을 열었다. 벌통을 여는 순간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졌다. 2만 5천 마리가 있어야 할 벌통이 텅 비어 있던 것이다. 이렇게 시작된 꿀벌의 실종은 2022년도 3월까지만 해도 전국의 약 40만 개에 이르는 벌통에서 60억 마리가 사라진 것으로 추산되었으며, 아직도 끝나지 않고 있다.
꿀벌이 집단으로 사라진 정확한 이유는 아직 명확히 판명되지 않았다. 추측에 따르면 이상기후와 해충의 영향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일 수도 있다고 한다. 혹은 장마에 번식해야 할 기생성 해충인 응애류가 이른 봄에 나타났을 수도 있는데 적기에 방재하지 못해서 일어난 사태일 수도 있다고 한다. 또는 몇몇 농가에서 뒤늦게 응애 방제를 위해 예년의 3배에 달하는 과도한 양의 살충제를 사용한 것이 한 이유일 수 있다고도 한다.

한편에서는 이처럼 세계적으로 꿀벌 개체 수가 급격히 감소하는 것은 ‘군집붕괴현상’에 의한 것일 수 있다고 말한다. 군집붕괴현상은 꿀과 꽃가루를 운반하러 나갔던 일벌이 둥지로 돌아오지 못하거나 갑작스레 일벌과 유충들이 다수 죽어버리면서 벌집이 통째로 몰살되는 현상을 말한다. 군집붕괴현상의 원인으로 무선장비의 전자기파로 인해 일벌이 길을 잃는 현상, 지구온난화로 발생한 고온 현상 및 농약 같은 화학물질, 전염병에 의한 폐사 등이 대표적이다. 꿀벌이 사라지면 인류도 4년 내 멸망한다는 학설도 있다. 이것이 사실인지 확인할 수는 없지만 앞서 소개한 예언처럼 꿀벌의 멸종이 인류도 함께 멸종시킬 만큼 지구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으리라고 예견하는 학자들이 많다. 지구 생태계의 대들보 역할을 하는 꿀벌이 사라진다면 어떤 일이 발생할까? 전문가들은 지구상에서 꿀벌이 100% 멸종된다면 식량난, 영양실조 등으로 수많은 사람이 죽을 것으로 예상한다.
지난 2015년 하버드 공중보건대 사무엘 마이어 교수 연구팀은 영국 의학저널 ‘란셋(The Lancet)’에 발표한 연구보고를 통해 꿀벌이 사라진다면 한 해 142만 명의 사람들이 사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연구 결과에 따르면 꿀벌이 100% 사라질 시 과일, 채소 등의 생산량이 크게 줄어들고 이를 사료로 삼고 있는 가축들의 수도 감소할 것으로 분석된다.
여전히 ‘지구온난화는 사기극, 오존층 파괴는 없다’라고 주장하는 과학자들도 있다. 그들이 이렇게 주장하는 이면에는 늘 경제적인 손익계산이 존재한다. 그들에게 마지막으로 데이비드 프라이스 박사의 메시지를 전해 주고자 한다.

사람들은 환경이 파괴되어 결국 공룡처럼 멸종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면서 살고 있다. 이런 징후가 나타나기까지 20년 정도의 시간밖에 없을 것이라는 주장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