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러 골라낸 것처럼 개성만점인 인물들만 모였다는 사실을 이들 스스로도 알고 있다. 그런데 의외로 잘 뭉치고 화목하고 또 오래 간다. 지스트의 밴드 동아리 세 곳 가운데 가장 다채로운 색깔을 품은 ‘휴강익스프레스’. 그들의 유쾌한 입담에 홀딱 반해버린 시간!
분출하는 젊음을 가장 날 것으로 담아낼 것 같은 동아리를 꼽으라면 밴드 동아리를 꼽지 않을까. 무대에 올라 열정을 다한 연주로 관객의 감성을 한껏 끌어올리는 것은 이들에게 가장 큰 즐거움이자 희열이다. 휴강익스프레스는 지스트에 학사과정이 처음 개설되었던 2010년에 만들어져 오랜 역사를 자랑한다. 하지만 역사보다 더 자랑스러운 것이 있으니, 선후배 간 이어져온 따뜻한 소통과 끈끈한 정이다. 이상범 회장(9기)은 “졸업한 선배들이 자주 놀러오는 것은 기본이고, 정기공연 무대에 같이 올라 연주하는 문화도 이어지고 있다.”면서 “이토록 선후배 간 유대감이 강한 동아리는 아마 없을 것.”이라고 강조한다. 학교 내에 밴드 동아리가 여럿이라 다른 밴드들과 연습실 사용 일정을 상의해 일주일에 두 번, 1시간 반씩 정기 연습을 진행하고 있다. 휴강익스프레스가 오르는 가장 큰 무대는 일 년에 두 번 여는 동아리 정기공연, 그리고 학교 축제와 스타디움 공연이다. 정기공연 때는 십여 곡을 연주하니 정기공연을 위한 곡 선정과 연습만 해도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보컬, 기타, 키보드, 베이스, 드럼 등이 각각 자기 소리를 내면서 같이 조화를 이루는 일이 쉽지 않듯이, 개성 넘치는 멤버들이 의견을 하나로 조율하기가 만만치 않다. 이상범 회장은 “곡을 정할 때 마찰이 많고, 합주할 때도 편곡에 대한 아이디어들이 달라서 골치 아픈 일이 많다.”며 “지난번에는 다섯 명이 다 다른 아이디어를 내서 결국 싸우기도 했다.”고 난처한 표정을 짓는다. 이에 8기 선배인 황석현 학생은 “우리 기수는 음악적으로는 안 싸우고 음악 외적으로 많이 싸운다.”며 “그런데 서로 막 싸우다가도 합주 때 서로의 연주가 딱 맞아떨어지면 골났던 마음이 싹 풀어진다.”며 웃음 짓는다. 하지만 두 선후배는 이내 “희한하게 개성 강한 친구들만 동아리에 들어온다.” “정말 희한하다.”며 한 목소리를 낸다.
다양한 친구들이 모인 덕에 휴강익스프레스는 무대에서도 상당히 다양한 곡들을 들려준다. <겨울왕국> OST 주제곡 ‘렛잇고(Let it Go)’처럼 대중적인 노래들과 한국에서는 생소한 팝음악 리스트까지 골고루 섞여 있다. 그리고 밴드 라이브 무대에서만 맛볼 수 있는 짜릿한 퍼포먼스도 곧잘 연출해낸다. “지난 축제 때 비가 와서 무대에 천막을 치고 공연하다가 무릎 슬라이딩 퍼포먼스를 하면서 천막 밖으로 미끄러져 나갔다. 무대가 T자였던 거다. 그때 짜릿을 넘어 찌릿했다.” 황석현 학생의 과한 퍼포먼스에 관객들 반응은 어땠을까. “관객들이 엄청 좋아하던데, 듣는 것도 좋지만 사람들은 역시 볼거리를 좋아한다.” 이상범 회장의 말에 금세 입꼬리가 올라가는 황석현 학생이다.
휴강익스프레스가 특히 눈에 띄는 건 이들의 모토가 ‘하고 싶은 걸 다하는 밴드’라는 점이다. 대개는 공연을 준비하면서 수준이 못 미치거나 전체 콘셉트에 안 어울리는 곡이 있으면 동아리 공연의 전체 완성도를 고려해 그 곡을 삭제하는 게 보통이지만, 휴강익스프레스는 그냥 한다. 콘셉트에 맞건 안 맞건, 수준이 되건 말건 일단 해보자 마음먹고 달려드는 거다. 개성 많고 주장 강한 열정 음악인들이 의외의 찰진 호흡과 훈훈한 관계를 이어가는 동력은 바로 ‘하고 싶으면 그냥 하는’ 순수함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