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는 웨이퍼 위에 미세한 박막을 층층이 쌓아 올려 만들어진다. 그런데, 수율이 낮거나 오류가 발생한다면 작업물 전체를 폐기해야 한다. 수율을 높이는 것이 반도체 생산 경쟁력의 핵심인 이유다. 특히 기판 재료의 비용이 비싼 질화갈륨(GaN) 반도체의 경우 더욱 그렇다. 이번에 이동선 교수 연구팀이 개발한 GaN 원격-호모에피텍시 기술이 획기적으로 평가받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에피텍시(Epitaxy)’ 기술은 불량이 적고 반도체 공정을 줄일 수 있어 수율을 높일 수 있는 대표적인 반도체 생산 기술이다. 그러나 GaN 반도체의 경우 오류 발생 시에 기판을 재사용할 수 없어 문제가 있었다. 이번에 연구팀이 개발한 기술은 산업계에서 널리 활용하는 기술을 활용해, 효율적으로 GaN 반도체를 제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기판을 재사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전기적 특성과 효율성, 내구성이 뛰어난 GaN 반도체를 다른 반도체와 비슷한 가격에 효율적으로 생산할 수 있는 길을 연 것이다.
저는 2008년에 지스트에 부임해 반도체 발광소자 연구실에서 현재 10명의 학생들과 함께 연구를 진행하고 있는 이동선 교수라고 합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질화갈륨 기반 LED 에피 성장 및 다양한 디스플레이에 적용되는 것으로 관심이 높은 마이크로 LED 소자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연구에 집중한 이유는 그 중요성과 미래 가능성이 크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하는 연구의 가장 중요한 목적은 세상을 발전시키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한 관점에서 반도체는 현대 기술과 산업 발전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도체는 전자기기를 비롯하여 디스플레이, 자율주행차, 인공지능 등의 기술 발전을 촉진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반도체 연구를 통해 현대 사회의 다양한 산업과 기술 분야에 기여할 수 있습니다. 특히, 개인적으로는 세상에 빛을 가져다 주는 화합물 반도체에 관심이 많아서, 삼성에서 근무한 6년을 제외하고 30여 년의 기간을 이 분야에 집중해 연구를 하고 있습니다.
질화갈륨(GaN)은 LED와 같은 광소자, 전력소자, 고속 스위칭 소자 등에 사용되는 물질입니다. 대표적인 반도체 소재인 실리콘으로는 만들 수 없는 LED와 같은 광소자뿐 아니라 실리콘 대비 전력 효율성도 높고 전기 신호를 켜고 끄는 스위칭 속도도 빠르다는 장점이 있어 차세대 반도체 소재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특히, 차세대 디스플레이 광원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마이크로 LED를 만드는 중요 소재이기도 합니다. 이러한 특성 때문에 현대 사회에서 반도체에 요구하는 다양한 조건들을 만족할 수 있는 소재로 판단하여 연구 분야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일전에 개발했던 기술은 그래핀이 전사된 AlN 기판(템플릿) 위에 GaN을 성장하는 것이었다면,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GaN 원격 호모-에피텍시 기술입니다. GaN 웨이퍼 위에 2차원 물질을 형성한 후, 웨이퍼와 동일한 결정 구조를 가지는 고품질 GaN 반도체를 성장시키고 쉽게 떼어낼 수 있는 기술입니다, 특히 이번에는 산업계에서 널리 활용하고 있는 유기금속 화학기상 증착(MOCVD)만을 이용해서 GaN 원격호모-에피텍시 기술을 최초로 구현해냈다는 데 의미 있습니다.
반도체 소자의 성능은 많은 부분이 에피 품질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고품질의 에피를 성장하려면 호모-에피텍시로 성장하는 것이 유리합니다. 하지만 그동안은 에피텍시를 진행하고 난 뒤 기판을 재사용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GaN 기판은 기존 사파이어 기판 대비 약 100배 이상 비싸서 에피텍시 기술을 산업에 적용하기 어려웠습니다. 이번에 개발된 GaN 원격-호모 에피텍시 기술을 통해 박막을 형성하여 기판을 재사용 할 수 있게 되고, 산업에 본격적으로 적용할 수 있게 됩니다. 그렇게 된다면, 기존과 동일한 생산 비용으로 반도체 소자의 성능을 수십 배 더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서 꼭 해결해야 하는 문제 중 하나는 고온 성장 과정 중에 2차원 물질이 분해된다는 것입니다. 2차원 물질이 분해되면 저희가 기대한 특성을 얻을 수 없습니다. 특히 성장된 GaN을 쉽게 떼어내고 기판을 재활용하는 것이 불가능해 집니다. 이 문제는 GaN의 물성 및 사용되는 가스와 물질 간의 복잡한 상호작용 등에 기인하는 것이라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 중 하나였습니다. 이번 연구에서는 박막 성장 과정 중 저온 보호층 도입을 통해서 이러한 난관을 극복하는 방법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또한 본 기술은 MOCVD라는 장비를 통해서 이루어지며 GaN 성장은 이 장비의 상태에 따라서 많은 영향을 받게 됩니다. 그래서 수많은 조건을 실험하면서 장비를 동일한 컨디션으로 유지보수하는 것이 또 다른 난관 중 하나였는데 이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서 곽희민 학생을 비롯해 많은 연구실 학생들의 노력이 있었습니다.
저희 연구실에서는 질화갈륨 반도체의 원격 성장뿐 아니라 이를 활용한 마이크로 LED 제작에도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마이크로 LED를 사용하여 디스플레이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제작한 소자를 구동회로가 있는 백플레인으로 전사(Transfer)하는 과정이 필요합니다. 이 과정에 기판에서 박막을 분리하는 공정이 필요한데, 이번에 개발한 기술은 소자를 기판에서 쉽게 분리할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으므로 이러한 관점에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에 개발한 기술을 더욱 발전시켜서 고효율 LED, 특히 디스플레이에 적용할 수 있는 풀컬러(R,G,B) 마이크로 LED를 구현해 보고 싶습니다. 또한 전력 반도체 등의 소자를 위한 구조를 성장하고 집적하여 상상으로만 가능했던 다양한 소자를 만들어 보는 것이 목표입니다. 원격 에피텍시 기술은 GaN뿐만 아니라 다른 반도체 소재에도 적용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소재에도 이 기술을 적용해보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