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으로
영화를 만드는 시대

인공지능의 영상의 등장과 영화계의 위기감

2024년 2월, ChatGPT의 개발사 OpenAI가 자사 홈페이지를 통해 새로운 인공지능 모델을 공개하자 전 세계인들이 열광했다. 텍스트를 입력하면 최대 1분 길이의 동영상을 제작해 준다는 소식 때문이었다. ‘소라(SORA)’라고 불리는 이 서비스는 프롬프트를 입력하면 최대 1분 길이의 동영상을 생성해 주는 서비스로, 이미지를 동영상으로 제작할 수도 있고 기존의 동영상을 확장하거나 누락된 프레임을 채우는 기능까지 갖추고 있었다.
반응은 즉각적으로 나타났다. 광고와 영상 업계에서는 광고나 숏폼 제작에 당장 활용할 수 있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반면 영화계에서는 위기감이 감지되었다. 이제 영화제작자가 사라질 것이라는 위기감이다. 실제로 미국의 영화제작자 타일러 페이는 소라 등장 이후 8억 달러 규모의 제작 스튜디오 확장 프로젝트를 중단했다고 발표하기까지 했다.

기술과 예술이 결합된 영화의 특수성

영화는 대단히 기술이 고도화된 예술 산업이다. 영화 자체가 여러 장르와 기술이 복합된 종합예술이기 때문이다. 문학, 미술, 사진, 음악 등 여러 예술이 복합되어 각자의 심미성을 드러낸다. 때문에 각본이나 미술, 촬영, 음향, 음악 등 각 분야에 전문가가 필요하다. 기술적으로도 다양한 영상 및 음향기기를 조작해 편집해야 함은 물론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각종 후작업을 시행하기 때문에 일반인들이 쉽게 손을 대기 어려웠다. 이 때문에 영화 한 편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수억 원은 가볍게 넘기는 제작비가 투입되며, 최소 수십 명의 인원이 몇 달에서 몇 년까지 밤새워 일해야 영화 한 편이 제작될 수 있는 산업적 특성까지 가지고 있었다. 컴퓨팅과 기술의 발전에 따라 일부 작업을 기계로 수행하는 추세에 있었지만 작업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형태로 발전하였을 뿐, 영화 제작 작업 자체를 인공지능이 대체하기에는 시기상조라는 논의가 대부분이었다.

기존 한계를 뛰어넘는 AI, SORA의 등장

물론, 소라 이전에도 동영상 AI가 다수 출시되기는 했었다. META는 이미 2022년에 메이커 비디오라는 서비스를 선보였고, 구글도 이마젠 비디오와 페나키라는 AI를 선보인 적이 있다. 그러나 이 서비스들에는 한계가 명확했다. 영상의 화각이 한정되어 단편적인 장면밖에 보여주지 못했고 영상의 화질은 떨어졌으며, 제공되는 영상의 시간이 짧게 형성되는 등 본격적인 AI 동영상이라고 불리기에는 문제가 있었다. 그런데, 이번에 소라가 보여준 모습은 기존의 AI 동영상과 궤를 달리했다. 화면의 화각도 다양했을 뿐만 아니라 인물과 배경이 완벽에 가깝게 조화되어 있었고, 고화질인데다가 1분이라는 짧지 않은 영상물을 생성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소라를 활용한다면 누구나 별다른 기술 없이 고품질 동영상을 제작할 수 있고, 이를 연결한다면 영화까지 제작할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질 만했다.

소라의 한계와 예술 저작권 문제

물론, 소라의 한계에 대한 일부 전망도 나왔다. 우선 인프라에 대한 문제다. 영상제작 AI 서비스를 상용화하기 위해서는 GPU 등 컴퓨팅 인프라가 필요한데, 영상제작 AI가 대형언어모델(LLM)의 몇 배의 컴퓨팅 파워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영상을 AI로 학습시키는 데는 일반 언어 모델보다 3배 이상의 데이터량과 시간이 걸리는데 어마어마한 양의 데이터를 학습하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비용투자가 필요하다. 서비스에서도 마찬가지다. 동영상 생성에 필요한 인프라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현재 소라가 일부 인원에게 제한된 서비스 제공하는 이유도 아직 인프라가 준비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이와 함께 AI가 학습한 동영상과 제작한 동영상에 대한 저작권 문제도 풀어야 할 숙제다. 개발자인 OpenAI 측도 이 저작권에 대한 명확한 답변을 내지 못하고 있는 상황에서 영상의 저작권은 언제든 문제가 될 수 있다.

인공시대 작가의 역할

그렇다면 소라와 같은 AI가 기술적 한계를 뛰어넘게 되면 과연 영화 제작자들은 모두 사라질까? 이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지만, 이에 반해 새로운 영화들이 더 많이 나와 영화 시장이 더 풍성해질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바로 1인이 영화를 만들 수 있는 시대가 온다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지난 2023년 11월 우리나라에서 발표된 <AI 수로부인>이라는 영화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현대미술과 한국고전을 엮은 러닝타임 25분의 이 영화는 제작과정에 단 3명이 노트북 3대로 1개월 만에 완성했다. 시나리오 생성부터 마무리 작업까지 모두 인공지능으로 만든 제작기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영화는 2023년 12월, 세계 두 번째 AI 편집물이자, 최초의 AI 영화로 저작권 등록을 마쳤다. 그 까닭은 생성과 기술적인 부분은 모두 인공지능이 담당했지만, 인간이 AI에 의해 생성된 결과물을 적극적으로 선택하고 가공했기 때문이었다. AI가 생성한 화면을 선택하는 것도 제작자였고, 자신의 의도에 맞추어 화면을 배열하고 소리를 입혀 영화로 만든 것도 제작자였다는 이야기다.
1917년 마르셀 뒤샹은 평범한 소변기에 ‘샘’이라는 이름을 붙여 전시회에 출품했다. 이 사건은 작가가 작품을 만들지 않아도 되며, 작가의 역할을 ‘창조적 선택’과 ‘의미 부여’로 전환시켰다는 의미를 가진다. 이제 영화도 굳이 제작자가 스태프를 동원해 만들지 않아도 될지도 모른다. 그래도 선택은 결국 인간의 몫, 작가의 몫으로 남을 듯하다.

SORA가 제작한 동영상

영화 <AI 수로부인>의 장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