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인 기업인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는 2010년 아이패드 발표를 위한 애플 이벤트에서 “애플이 아이패드와 같은 제품을 만들 수 있는 이유는 우리가 언제나 기술과 인문학의 교차점에 있으면서 양쪽의 장점을 얻으려고 하기 때문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처럼 인문학은 디지털 사회의 기술 발전에 빼놓을 수 없는 존재가 되었고, 많은 사람들이 기술과 인문학의 융합만이 앞으로의 기술 발전을 선도해 갈 수 있는 길이라고 말하고 있다.
이러한 인문학이 가지는 엄청난 잠재력을 인식한 GIST는 기술 발전에 인문학이 필수불가결한 존재임을 알고 인문사회 분야의 교육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실제로 GIST 학생들은 인문사회 수업을 일정 학점 이상 필수로 이수해야 한다. 이번 글에서 GIST의 인문사회 분야와 관련된 사람들을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여러 교수님과 학생 여러분 덕분에 GIST에 잘 적응했습니다. 여기 오기 전에는 GIST가 이공계 중심의 대학이기 때문에 한국사에 관심을 가지는 학생이 많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외로 많은 학생이 수강 신청을 해서 놀랐고, 열심히 수업을 들어주어서 기쁘게 강의에 임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수업 시간에 진행되는 발표나 토론에 있어서도 창의성과 적극성이 돋보여서 수업 때마다 흥미진진합니다.
여러분은 앞으로 다양한 분야를 발전시켜 나갈 유능한 인재들입니다. 개인별 역량과 잠재력이 높은 사람일수록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는지, 본인이 왜 연구에 임해야 하는지 자각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만 과학과 기술을 올바른 방향으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 힘을 길러낼 수 있는 학문이 바로 인문학입니다. 문명이 발전한다고 해도 인간이 가지고 있는 태생적 한계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래서 문학, 철학, 역사학과 같은 전통이 오래된 학문이 소멸되지 않고 지금까지 존재하고 있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인문학을 통해 지금까지 인간이 존속하면서 무엇을 고민해 왔는지, 그리고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흐름을 이해한다면 학생들이 몸담고 있는 과학 기술 분야에도 유의미한 발전 방향을 설정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인문사회학의 범주가 매우 넓기 때문에 모든 범주를 아울러서 대답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을 것 같아서, 역사학을 바탕으로 답변을 드리겠습니다. 다른 시간을 살았던 사람들은 어떤 생각을 하면서 살았을까, 왜 그런 고민을 했을까, 지금과는 무슨 관련이 있을까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접근한다면 좀 더 쉽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대학 학부시절에 본전공은 한국사, 이중전공은 동양화를 전공했습니다. 그때 쌓았던 경험과 좋은 영감은 아직도 많은 도움이 됩니다. 본인이 전공하고 있는 분야와 거리가 멀다고 생각하는 분야가 오히려 본인 연구에 더 신선한 아이디어를 제공해주는 경우가 많을 것이라고 조언을 드리고 싶습니다. GIST의 인문사회 강의는 해당 분야 전공에 준하는 수준으로 구성되기 때문에 많은 것을 심도 깊게 배우고 생각할 수 있을 것입니다.
GIST 기초교육학부에 개설되어 있는 강의는 제목만 봐도 교수님들의 공력이 응축되어 있다는 것이 느껴집니다. 특정 강의를 고르기 어려울 만큼 전부 다 흥미로워요. 그럼에도 굳이 한 과목만 고르라고 한다면, 장진호 교수님의 ‘오타쿠 대중문화론’을 고를 것 같습니다. 대학원 시절 지도교수님이 저를 역덕(역사 오타쿠)라고 불렀던 적이 있어서 오타쿠가 어떤 위상(?)을 가진 존재인지 알고 싶습니다.
인문사회 분야 중 마음과 행동을 부전공으로 수학하고 있습니다. 교양 중에서 가장 과학과 관련이 깊고, 흥미가 있는 과목이라고 느껴져 입학 초부터 선택하게 되었던 것 같습니다. 또 듣고자 하는 교양을 종합해 보니 부전공 이수 요건을 채우기 편해서 미리미리 듣고 있습니다. 대개 ‘심리학’이라고 하면 심리 테스트 같은 걸 많이 생각하시는데 그것도 맞긴 하지만 인간의 감각이라든지 내적인 부분에 대한 것을 많이 배우고 있습니다.
아무래도 적절한 학생 수에 관련 분야의 다양한 과목이 열리기 때문에 선택의 폭이 넓고 다른 학교에 비해 충분한 강의시간을 배정해 배움의 질을 더 높여주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무엇보다 우리 학교가 과학·기술 분야를 공부하는 것을 교수님들이 알고 계셔서 설명을 하는 내용도 과학과 관련된 내용으로 해 주시는 것 같아요. 덕분에 이해나 흥미가 더 올라갑니다.
몇몇 과목은 인기가 많지만 수강할 수 있는 인원수가 30명 안팎으로 제한되어 있는 게 아쉽긴 합니다. 그 외에 다른 아쉬운 점은 아직 못 느껴본 것 같아요.
‘기술정보사회의 심리학’이라는 과목입니다. 대개 수요일에는 교수님이 수업을 하시고, 월요일에는 조끼리 5분쯤 간단하게 이야기를 나누며 질문 거리를 LMS에 올린 뒤 전체가 토의해 보는 형식입니다. 처음에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탐구하고 토론하다 보니까 시간이 빠르게 지나가더라고요. 기말고사는 팀 리포트였는데 배운 내용과 관련한 실험 설계 보고서를 작성해 보는 것이었습니다. 쓰면서 ‘인간의 마음과 행동1’에서 배웠던 내용을 응용해 보는 게 재미있었던 것 같아요.
제 주전공은 지구환경공학이기 때문에 환경과 관련한 진로를 계획하고 있지만, 마음과 행동 부전공과 접목해 인간의 심리를 통한 환경 문제 해결이라는 방법으로 접근해볼 수도 있지 않나 생각해 보고 있습니다. 교양과목이 직접적인 영향을 주지 않아도 언젠가 도움이 될 만한 가치 있는 전공이라고 생각합니다.
현재 저는 인문사회 분야에서 문학과 역사를 부전공으로 공부하고 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는 역사에 대한 관심이 있었지만, 수능과 내신 시험에서 역사가 큰 비중을 차지하지 않았기 때문에 항상 아쉬움이 남았습니다. 대학교에서 수업 수강에 자유로움이 있어서 역사 관련 수업을 많이 들을 수 있었고, 수업을 듣는 과정에서 더 큰 흥미를 느끼게 되었습니다.
또한, 현재 활동 중인 문예창작 동아리 ‘사각사각’에서 독서 스터디에 참여하고 책을 읽고 발제를 하여, 다른 사람들의 의견을 듣는 것에 큰 즐거움과 만족감을 느끼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험들이 저에게 독서에 대한 흥미와 애정을 더해 주었고, 문학 수업을 더욱 집중적으로 듣고자 문학과 역사를 부전공으로 선택하게 되었습니다.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저의 경우에는 화학반응식을 외우고 수식을 주로 보다 보니 문해력이 떨어진다는 것을 종종 느낍니다. 이런 부족함을 긴 글을 읽는 것뿐만 아니라 자신만의 해석을 필요로 하는 발제 형식의 문학과 역사 수업을 수강하며 채울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발제를 하기 위해서는 책이나 특정 주제에 대한 내용을 온전히 습득하고 이해하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이런 능력이 수학과 과학 공부에서도 도움이 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수학과 과학은 특정 개념을 이해하고 적용하는 것이 중요한데, 발제 연습을 통해 개념을 복잡하게 응용한 글을 읽더라도 글쓴이가 어떤 말을 하고자 하는지 확실하게 알 수 있고 개념을 응용한 의도를 파악하는 능력도 향상되었습니다. 또, 다른 사람의 발제를 듣고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눠 보면, 같은 책을 읽더라도 다양한 시각과 해석이 있을 수 있어서 다양한 관점을 접할 수 있습니다. 더불어 서로 다른 관점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이 자신의 가치관을 만들어가는 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문학과 역사 부전공의 매력은 ‘독서의 매력’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은 내가 다양한 분야의 삶에 관심을 갖고 체험하도록 부추긴다는 매력이 있습니다. 문학과 역사 수업은 이공계 중심 수업만 수강하는 학생들에게 다양한 분야의 흥미를 느끼게 해주는 쉼터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과 학생들은 사회문제에 무지하다”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이공계 분야 전공수업에서는 사회문제를 구체화하고 구조화하는 방법을 배우지 않습니다. 인문사회분야에서는 사람들이 어떤 사회문제에 어떻게 대응하는지를 배우지만 이공계에서는 그런 배움이 부족합니다. 그리고 대학교 교육 시스템은 졸업할 때까지 한 분야의 지식을 집중하여 가르치기 때문에, 때로는 전공의 경험이 한 개인의 향후 관심사로 결정되기도 합니다. 특히 저희 학교처럼 이공계 특성화학교는 그 정도가 심합니다. 특성화고나 자사고, 일반계 고등학교에서 이과를 전공하면 사회문제는 커녕 기본적인 개념도 제대로 익히기 어렵습니다. 이런 부족함을 채우기 위해서 이공계열 전공을 하면서 인문사회를 공부해야한다고 생각합니다. 인문사회공부를 하면서 사회 참여 경험을 얻게 되고, 사회 참여 경험이 쌓이다 보면 자신의 이익과 관련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일에도 적극적인 태도를 보일 수 있습니다.
많은 학생들이 이공계학교에서 인문사회 부전공을 하는 내 선택이 맞는지 의구심을 느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처음에는 소재부전공이나 의공학부전공처럼 전공과 관련된 부전공을 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사회를 살아가는 데 인문사회는 꼭 필요합니다. 졸업학년이 되고 대학원을 가거나 이공계 분야로 취업을 하게 되면 인문학을 폭넓게 즐기기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인문사회 부전공 선택을 후회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