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脫)탄소 시대로 가는 길

기후변화에 따른 기상이변이 전 세계적으로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이제 수백 년에 한 번이라는 이상고온이나 가뭄, 폭우, 홍수라는 뉴스가 낯설지 않다.
우리나라만의 문제만도 아니다.
2020년대에 들어서면서 세계적으로 이상기후가 속출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와 올해 이러한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고 있다.
지난 7월 미국 플로리다 남부의 바닷물 온도는 38.4℃를 기록했으며, 캘리포니아 주에서는 낮 최고기온 53.3℃가 관측됐다.
유럽에서도 40℃가 넘는 폭염으로 인해 1주일에 1만 명 이상이 숨졌다는 보고가 있다.
올해 들어 발생한 미국 하와이의 대형 화재도 기후변화가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익히 알려져 있듯이 지구의 온도는 산업화 이후 지속적으로 상승해 왔다.
특히 2000년대에 들어서는 산업화 이전(1850~1900년)의 평균 수준에 비해 1℃ 이상 올라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기온 상승을 초래한 주범으로 지목되는 것이 온실가스다.
온실가스는 태양 복사를 투과시키고 지표면에 방출되는 열을 흡수하거나 반사해 지구 표면의 온도를 상승시키는 역할을 한다.
이러한 온실가스의 대표주자가 바로 이산화탄소다.
1750년 대기중 이산화탄소 농도는 278ppm이었지만 2020년 420ppm을 넘었다.
2015년 407ppm이었던 것이 5년 만에 13ppm이상 급격히 상승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대기중 이산화탄소가 증가하면 할수록 지구의 평균기온은 빠르게 올라갈 것이다.

탈탄소 사회로 가는 길이란?

전 세계는 기후변화에 대응해 이산화탄소를 줄이기 위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바로 탄소(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제한하는 방법이다. 1992년 브라질 리우에서 개최된 유엔환경개발회의(UNCED: United Nations Conference on Environment & Development)에서 채택된 유엔기후변화협약(UNFCCC: 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 이후 1997년 교토의정서(Kyoto Protocol), 2015년 파리협정(Paris Agreement) 등은 이러한 탄소배출량을 줄이기 위한 노력이었다. 특히 파리협정은 산업화 이전 대비 지구평균기온 상승을 1.5℃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노력한다는 전 지구적 장기 목표 아래에 모든 국가가 기후행동(탄소감축)을 위한 노력을 규정하고 있다. 국가별로 탄소 감축목표를 세우고 이를 점검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배출량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2030년까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2010년 대비 45% 이상 감축하여야 하고, 2050년에는 전 지구가 탄소 중립(Net-Zero)1)을 달성하여야 한다고 한다. 이제는 이산화탄소를 적극적으로 줄이려는 노력이 전 지구적으로 행해져야 한다는 말이다. 탄소 중립 혹은 탈(脫) 탄소 시대 과학과 기술은 무엇을 해야 하고 어떤 일들을 하고 있는 것일까

화석 연료를 줄이려는 노력

탄소 중립 혹은 탈탄소로 가는 가장 손쉬운 방법은 방출되는 탄소의 양을 줄이면 된다. 가장 앞서나가는 분야는 에너지 분야다. 현재 탄소를 가장 많이 배출하는 분야는 에너지 분야로 철강, 석유화학 등의 제조에 발생하는 에너지와 교통과 수송, 건물의 난방에 사용하는 에너지가 모두 포함된다. 국가마다 사정이 다르긴 하지만 전체 배출량의 약 70~80%가량이 에너지 부문에서 배출된다. 주로 석탄이나 석유, 천연가스와 같은 화석에너지를 태울 때 나온다. 화석에너지가 탄소 문제의 주범으로 지목되는 까닭이기도 하다. 때문에 화석에너지를 대체하는 에너지원을 개발하는 방안이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1)탄소 중립이란 인간의 활동에 의한 온실가스 배출을 최대한 줄이고, 남은 온실가스는 흡수(산림 등), 제거(이산화탄소 포집, 저장 등)해서 실질적인 배출량이 ‘0’이 되게 하는 개념이다. 이와 같이 배출되는 탄소와 흡수되는 탄소량을 같게 해 탄소의 ‘순배출이 0’이 되게 하는 것을 ‘넷-제로(Net-Zero)라고 한다.

(1) 친환경 에너지 발전

탈탄소 행보에서 가장 빠르게 진척되는 것은 발전 부문이다. 전기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 화석에너지 대신 태양광이나 풍력과 같은 그린 에너지를 활용하는 방안이다. 태양광과 풍력의 경우 오랫동안 상용화 연구가 진척되었고, 이에 따라 빠르게 상용화가 진행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현재 기술에 대한 효율을 높이기 위한 연구도 꾸준히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재 대중화된 실리콘 태양전지의 효율 한계를 뛰어넘는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서로 다른 소재를 이용해 2개 이상의 태양전지를 접합한 다중접합전지, 태양전지 모듈의 수명을 연장시키는 기술 등이 주로 연구되고 있다.
풍력발전의 경우 기존의 육상발전 비용을 획기적으로 줄이는 해상 부유식 풍력 발전이 빠른 속도로 연구되고 있다. 이외에도 낮과 밤의 온도차를 이용한 열전기발전, 소규모로 진행할 수 있는 소수력발전, 폐열을 이용한 발전 등 소규모 발전 부분에서도 꾸준히 기술이 개발되고 있다.

(2) 저탄소 대체를 통한 발전

현재 발전 부분의 연료를 대체하는 연구도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기존의 석탄이나 천연가스 등과 같은 에너지원을 수소와 암모니아로 대체하여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다. 대표적인 기술로는 수소연료 전지와 수소 가스 터빈이 있다. 수소연료 전지는 수소로부터 전력을 생산하는 것이고, 수소 가스 터빈은 수소와 산소의 연소 반응으로 발생하는 에너지로 터빈을 돌려 에너지를 생산하는 것이다. 이외에도 암모니아를 통한 발전도 주목받고 있다. 수소는 밀도가 낮아 운반이 어렵고, 생산에 많은 에너지가 소모되는 등 단점이 많지만 암모니아의 경우에는 수소에 비해 밀도도 높고, 생산 인프라도 잘 갖춰져 있는 등 수소의 단점을 상당부분 해소할 수 있다. 이에 따라 수소와 암모니아를 연소하는 발전 기술들이 지속적으로 개발되고 있으며, 기존의 화석연료와 수소·암모니아를 혼소하는 발전방식은 현재 상용화 절차가 진행 중이다.

(3) 배터리 등 에너지 저장 분야

탄소 중립에 따른 에너지 활용 부문에서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은 배터리 등과 같은 에너지 저장장치 분야다. 친환경 에너지 중 상당수가 간헐적으로 에너지를 생산함에 따라 전력을 저장하고 필요할 때 공급하는 에너지 저장 시스템은 미래 에너지 시장에 필수적일 수밖에 없다. 우선 자동차 배터리 부분의 기술 개발이 활발하다. 납축 배터리 이후 니켈, 리튬 등 다양한 배터리 기술들이 상용화된 가운데, 기존 배터리의 부피를 줄이면서도 고안정성과 장수명을 가진 배터리 기술들이 속속 개발 중에 있다. 특히 전고체 배터리와 바나듐흐름전지(Vanadium redox flow battery) 등과 같이 고안정성을 지닌 배터리 물질 개발이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다.

탄소 포집과 활용

기후변화 위기를 탈출하기 위해 탄소 배출을 줄이려는 노력만으로는 부족하다. 적극적으로 대기중 탄소량을 줄여야 한다. 즉, 대기중에 있는 탄소를 뽑아내 따로 처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바로 이산화탄소 포집 및 저장, 활용기술(CCUS, Carbon dioxide Capture Utilization and Storage)이다. 현재 탄소를 줄이는 기술은 대규모로 방출되는 배기가스 중 이산화탄소만 따로 골라서 저장하거나 대기중에서 이산화탄소를 골라 뽑아내는 기술들이 모색되고 있다. 이와 함께 포집된 탄소를 처리하는 기술도 연구되고 있다.

(1) 탄소 포집 기술

탄소를 포집하는 방향은 두 가지다. 하나는 발전소나 석유화학공장과 같이 고밀도의 이산화탄소를 다량으로 배출하는 공정에 탄소포집장치를 설치해 탄소 배출량을 적극적으로 줄이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일반 대기중에 있는 이산화탄소만을 골라 포집하는 기술이다. 이중 대규모 탄소포집장치 연구는 상당부분 상용화되었다. 그에 비해 대기중 이산화탄소를 포집하는 기술(DAC, Direct Air Capture)은 아직 걸음마 단계다. 여기에서 가장 큰 걸림돌은 경제성이다. 적은 비용으로 다량의 이산화탄소를 수집할 수 있어야 하는데, 탄소 포집에 소요되는 에너지 비용에 비해 회수되는 이산화탄소가 만족할 만한 수준이 아니다. 이에 따라 투여되는 에너지량을 줄이고 이산화탄소 포집량을 늘리기 위한 흡착제, 촉매 등에 대한 연구가 경쟁적으로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2) 탄소 활용 기술

다양한 공정을 통해 모은 이산화탄소를 어떻게 저장·활용할 것인가도 문제다. 대량으로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대기중으로 배출하지 않고 활용해야 하는 숙제를 풀기 위한 기술개발도 한창이다. 현재는 포집된 이산화탄소를 콘크리트에 가두거나, 가스전과 같은 곳에 격리하는 방법이 모색되고 있다. 이와 함께 이산화탄소를 유용한 물질로 재활용하는 방법도 지속적으로 제안되고 있다. 이산화탄소를 화학적으로 처리해 일산화탄소나 탄산칼슘, 메탄올, 액화탄산, 드라이아이스, 반도체 세정액 등으로 활용하는 방법 등이 고안되고 있다. 다만, 현재 기술로는 이산화탄소의 전환에 드는 에너지가 많아, 이를 효과적으로 줄이면서 효용성 높은 자원으로 바꾸는 연구가 필요하다.

그린 수소 생산성을 향상시킨 광전극 개발

이상한 교수 연구팀(신소재공학부)

이상한 교수 연구팀은 광생성 캐리어 손실을 억제하는 기술을 통해 세계적 수준의 페로브스카이트 광전극을 개발했다. 연구팀이 개발한 광전극은 내부에서 결함을 제어하고 외부에서 물 분해 반응을 촉진해 내외부 광생성 캐리어의 손실을 효과적으로 억제한다. 이에 따라 세계적 수준인 12.8%의 광전극 효율을 달성했을 뿐만 아니라 12시간 사용 후에도 10.2%만 효율이 감소하는 높은 안정성을 얻었다.

상온에서 이산화탄소 분해 원리 제시

문봉진 교수 연구팀(물리·광과학과)

문봉진 물리·광과학과 교수팀이 박정영 KAIST 화학과 교수팀과 함께 초미세 계단형 구리(Cu) 촉매 표면이 이산화탄소 분자를 보다 효과적으로 분해할 수 있음을 입증했다. 연구진이 제시한 구리 촉매의 표면의 계단에 충돌한 이산화탄소 분자는 상온에서도 쉽게 분해됐고, 더 나아가 분해된 일산화탄소와 산소 원자가 표면의 구조변화를 유도함으로써 촉매 반응 경로에 영향을 끼치는 것으로 확인됐다.



탈탄소 사회를 앞당기는
GIST의 연구와 성과



폐열발전에 필요한 전도성 고분자 열전소자 개발

홍석원 교수 연구팀(화학과)

산업현장에서 버려지는 열을 이용해 전력을 만드는 열전소자를 개발했다. 기존의 열전소자는 두 물질의 온도차이가 발생하면 온도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에서 전자가 움직이며 전력을 발생시키는 제벡 효과가 발생한다. 제백 효과를 일으키는 열전 소자 개발을 위해 결정성을 높이지 않고, 결정성을 낮추는 방향으로 고분자 소자를 개발해 기존대비 열전도도가 60% 낮고, 열전특성이 6배 높은 고효율 열전소자를 개발했다.

친환경 암모니아 생산기술

이재영 교수 연구팀(지구·환경공학부)

기존의 암모니아 합성법인 하버-보슈법(Haber-Bosch process)은 질소와 수소를 고온·고압에서 반응시키기 때문에 에너지가 많이 소모되었다. 연구팀은 전기방사법을 통해 제작된 환원촉매를 이용해 전기화학적으로 질소를 암모니아로 전환하는 암모니아 제조 기술을 개발했다. 개발된 기술은 전기에너지만으로 질소를 암모니아로 전환할 수 있는 촉매 개발로, 탄소배출 없이 암모니아를 생산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