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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색해하거나 어려워하지 말고,
언제든 문학 교실의 문을 두드리길 바랍니다.
<이상문학과 과학>을 강의하는
지스트 기초교육학부 이수정 교수
“지스트 학생들은 이상과 비슷한 배경지식을 지니고 있고, 같은 나이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공감할 수 있는 점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평생 시의 아름다움만을 생각하며 살아왔던 제가 다른 세계에 사는 낯선 존재인 지스트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통분모로 찾은 것이 이상의 문학이었습니다.”
바쁘신 와중에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간단한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지스트 기초교육학부에 재직 중인 이수정입니다. 학부 학생들에게 국문학과 글쓰기 교과목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지스트 물리전공 오상현 졸업생과 함께 발표하신 이번 논문이 문학계와 과학계에서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유독 난해하다고 알려진 이상의 초기 작품을 연구 주제로 선정하게 된 계기가 있으신가요?
이번에 출판한 논문은 지스트 대학에 개설한 <이상 문학과 과학> 수업의 과제와 기말리포트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과학의 관점에서 이상의 초기 작품을 분석하는 과목이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연구 주제로 초기 작품을 다루게 되었습니다. 이상의 초기 시에는 물리학과 기하학에 관련된 용어와 개념들이 다수 등장하는데, 과학기술원인 지스트 학생들이 흥미를 느끼며 접근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되어 이러한 과목을 개설하였지요. 졸업생 오상현 씨가 기말리포트를 통해 제출한 ‘삼차각’ 관련 아이디어를 접하고 이상 연구사에 기록되어야 하는 중요한 아이디어라고 판단하였기에 연구를 제안하였고 일 년 남짓한 기간 회의와 작업을 거쳐 논문을 출판할 수 있었습니다.
<이상 문학과 과학> 낯선 듯 하면서도 어쩐지 찰싹 붙는 두 분야의 만남이 흥미롭습니다. 문학을 전공한 사람들도 어려워하는 이상의 작품들을 과학과 결부해 강의하시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이상 문학과 과학>은 이상이 남긴 시, 소설, 수필 등 주요 텍스트를 다루고, 수업은 전적으로 발표와 토론으로 이루어지며, 모든 수강생들은 매 수업 전에 작품을 읽고 수업에 참여합니다. 전공 지식을 갖춘 고학년 학생들을 위한 수업으로 대학원 수준의 깊이와 밀도를 자랑합니다. 전국에서 오직 지스트에만 개설되어 있으며, 이러한 과목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과학기술원이면서도 리버럴 아츠 컬리지(Liberal Arts College)를 표방하는 지스트의 학풍에 있다고 하겠습니다.
<이상 문학과 과학> 과목을 개설한 계기는 지스트 학생들과 소통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처음 지스트에 부임하여 학생들을 만났을 때 눈을 반짝이며 물리의 아름다움과 수학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하는 모습을 보고 동경과 호기심을 느꼈습니다. 평생 시의 아름다움을 생각하며 살아왔지만 물리나 수학은 저에게 죽어있는 단어였기 때문입니다. 제게 물리나 수학은 영문도 모른 채 외운 공식들을 문제에 대입하여 풀어야 하는 다소 폭력적인 성격의 과목이었는데, 학생들 역시 시의 의미를 특정하게 해석하도록 강요받고 외우는 것에 반감을 느꼈다고 하더군요. 서로 다른 세계에 사는 낯선 존재인 지스트 학생들과 소통할 수 있는 공통분모로 찾은 것이 이상의 문학이었습니다.
이상(1910-1937)은 일제강점기 조선의 최고 이공계 교육기관이었던 경성고등공업학교 건축과를 졸업한 이과 출신 작가였습니다. 경성고등공업학교는 추후 서울대학교 공대가 되었지요. 앞서 말한 것처럼 초기 작품에는 과학 용어와 개념들이 다수 등장합니다. 지스트 학생들은 이상과 비슷한 배경지식을 지니고 있고, 같은 나이대를 살아가고 있기에 공감할 수 있는 점이 많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수업을 진행하면서 지스트 학생들이 작품 속 과학지식을 찾아내는 데에서 나아가 이공계적인 상상력과 사유를 통해 작품에 접근하는 특별한 존재라는 점을 깨달았습니다. 이 과목은 처음에는 진입장벽이 있지만, 수업이 진행될수록 기존 이상 연구자들이 접근하지 못하는 오랜 수수께끼를 풀어낸다는 점에서 수강생들이 도전의식과 흥미, 할 수 있다는 자기효능감(Self-efficacy)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2019년에도 지스트 기계공학전공 졸업생 김지우 씨가 이 수업의 결과물을 발전시켜 이상 작품의 언어적 특징과 기호에 관하여 괄목할만한 해석을 보여주는 논문을 출판한 적이 있습니다. 학생들의 창의력과 효능감을 북돋우며 함께 이상 연구사에 특별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랫동안 미궁에 빠져 있던 작품을 해석하기 위해서는 기존과 다른 새로운 접근이 필요했을 것 같습니다. ‘삼차각’이라는 조어를 풀어내기 위한 과학적 분석의 실마리는 어디서 찾으실 수 있었나요?
이상의 연작시 「삼차각설계도」에는 상대성이론과 관련된 광속, 시간 여행, 시간 지연 등에 대한 시인의 사유가 뚜렷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또 공간 3차원과 시간 1차원의 다양한 조합과 배치(3+1, 1+3)를 통해 4차원 시공간을 강력하게 암시하는 작품도 있습니다. 널리 알려져 있듯이 상대성이론의 배경이 4차원 시공간이기 때문에 우리 논문에서는 논의와 발상의 공간을 4차원으로 확장했습니다. 그리고 기성 언어를 부수고 조립하는 조어(造語)를 즐겼던 이상의 특성이 과학의 언어에서도 발휘되었다고 보았습니다. 물체의 물리적인 위치를 표시하기 위해 세 개의 좌푯값이 필요하다는 의미의 ‘삼차원’과 그 세 개의 좌푯값이 ‘각도’인 경우를 표현하기 위해 ‘삼차각’이라는 용어를 조어하였다고 보았던 것이지요. 그리고 초구면좌표계(Hyperspherical Coordinates)를 활용하여 4차원 공간상에서 반지름 r과 3개의 각도값, 즉 ‘삼차각’으로 물체의 물리적인 위치를 표시하고자 했다는 사실을 해설함으로써 ‘삼차각’이 4차원에서의 설계를 위해 만들어진 용어임을 밝혀낼 수 있었습니다.
‘삼차각’이라는 조어를 풀어내기 위한 과학적 분석의 실마리는 「삼차각설계도」의 제목과 내용에 명시되어 있습니다. 그 실마리를 알아볼 수 있었던 것은 이상의 문학과 생애와 시대에 대한 이해에 더하여 이상과 같은 배경지식을 지닌 연구자가 이상처럼 생각하고 상상할 수 있었기에 가능했습니다.
이 외에 연구 준비 중이신 또 다른 이상 작품이 있으신가요?
「이상한가역반응」 같은 《조선과건축》에 수록된 이상의 다른 초기 작품들과 더 대중적으로 알려진 연작시 「오감도」 등에 관한 후속 연구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끝으로 문학을 사랑하지만 다가가기 어려워하는 지스티안들에게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칠레의 시인인 파블로 네루다는 금요일 아침에 바다를 듣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가 누구이건 감옥에 갇힌 것과 마찬가지이며, 각자가 갇혀 있는 문을 열어 바다를 들을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시인의 의무라고 했습니다. 코로나로 인하여 많은 사람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기에 더 의미 있게 다가오는 시구입니다. 혹시 금요일 아침에 바다가 들리지 않는 지스티안이 있다면 문학을 권합니다.
세상에 존재하는 아름다움에 감탄하지 못하고 세상에 존재하는 고통에 무감각해지는 것이 싫습니다. 문학은 쉽게 무뎌지고 냉담해지는 마음에 감동과 충격을 주어 다시 세상을 신선하게 감각하게 해줍니다. 일상에 마모되어 지치고 지루한 생활에서 벗어나고 싶다면, 끊임없이 자신을 갱신하고 싶다면 문학을 가까이할 것을 권합니다.
문학 수업은 대부분 작품에 대한 해석과 아이디어를 나누는 시간으로 채워집니다.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다 보면 각자가 내놓는 다양한 생각과 해석에 학생들이 서로 놀라며 감탄합니다. 정답이 존재하는 것도 아니고 정답을 말해야 하는 것도 아니므로 학생들은 마음껏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고, 또 상상력과 창의력을 발휘하는 존재로 서로를 존중합니다. 어색해하거나 어려워하지 말고 언제든 문학 교실의 문을 두드리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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