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갑습니다! 지스트대학에서 생명과학을 전공하고 개발자로 일하고 계신 이력이 눈에 띄는데요, 지금 ‘카카오’에서 하
고 있는 일은 무엇인가요?
저는 카카오 내 다양한 서비스에 추천 시스템과 머신러닝을 활용한 기술을 제공하는 ‘추천팀’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다
음 뉴스, 멜론, 카카오 선물하기, 카카오페이지 등에서 여러분이 좋아할 만한 기사·노래·상품·작품이 뭘지 고민하여 추
천해드리고 있습니다.
처음 코딩을 접한 건 2학년 때 수강한 프로그래밍 기초필수 과목이었어요. 컴퓨터가 제가 시킨 대로 검은 화면에
“Hello world”를 출력한 게 너무 신기했어요. 그 후엔 컴퓨터를 켜고 나서 페이스북 접속보다 SSH 연결을 먼저 하게
됐고요, 방학 때는 게임에 질려서 ‘생활코딩'이라는 사이트에 들어가 보게 됐습니다. 그렇게 저만의 웹사이트도 만들
어보고 ‘GIST Course Scheduler’라는 프로그램도 만들어보게 됐어요. 당시엔 단지 취미였는데, 어느 날 밤을 새워 코
딩했는데도 버그를 없애고 싶다는 열망에 휩싸인 저를 발견했어요. 그날 ‘언젠가 코딩을 직업으로 삼아도 괜찮겠다'는
생각을 처음 했죠. 그로부터 몇 년 후에 진로를 치열하게 고민하다가 전공을 놓아 주겠다는 결정을 하고 인공지능과
프로그래밍에 몸을 던졌습니다.
모든 대학생들이 입사하고 싶은 기업 중 하나로 손꼽히는 ‘카카오’에 취업하셨는데요, 취업 과정도 궁금합니다.
인공지능을 다루겠다고 마음먹고, 대학원 진학과 취업을 고민했었어요. 그런데 전공자가 아닌 제 상황에서 어차피 난
이도는 둘 다 비슷했고, 취업으로 방향을 정했어요. 마음에 드는 인공지능 직무가 있던 카카오는 대부분 경력자를 뽑
았는데, 다행히 문턱이 낮은 인턴 전형이 있어서 운 좋게 입사했습니다. 그 후 2달 반의 인턴을 거쳐 정규직 전환이 됐
습니다. 사실 여러 이름 있는 기업에 정규직 원서를 10개 즈음 썼는데 다른 기업은 다 떨어지고 남은 게 카카오였어요.
우수수 떨어졌을 당시엔 상당히 힘들었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다른 곳 다 떨어진게 정말 다행이네요. (휴)
경쟁률이 높은 기업인 만큼 취업준비가 쉽지만은 않으셨을 것 같습니다. 취업을 준비하면서 힘들었던 점이 무엇이었
나요? 또 남들이 모르는 본인만의 취업준비 팁이 있다면 알려주실 수 있을까요?
저는 상당히 특이한 상황이었습니다. 컴퓨터와 아무 상관 없는 전공에, 졸업하고 군대에 갔기 때문에, 전역 후 취업준
비를 할 때 저는 백수였어요. 게다가 인공지능과 관련하여 부전공이나 복수전공도 아니었기에 회사에서 전공 학점을
써내라고 할 때 세포생물학과 분자생물학 학점을 적었지요. 제가 내세울 거라곤 MOOC 강의로 독학한 인공지능 수업
과 얼기설기 만든 ‘GISTALK’이라는 학교 커뮤니티 사이트가 다였습니다. 참고할 것도, 도와줄 사람도 없었어요.무엇보
다 저 스스로 확신이 부족했던 게 제일 힘들었습니다. ‘다들 힘들어하는 취업인데, 나는 할 수 있을까?’ 하면서도 ‘그래
도 좋아하는 일을 해야지!’ 다독이며 이곳저곳 두드렸었어요. 하나씩 날아오는 탈락 메일과 면접관의 “당신이 전공자
들보다 나은 게 없잖아요” 같은 말들이 버겁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저만의 강점,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스스로 공부
했으니 잠재력이 있다’는 것을 줄기차게 내세웠습니다. 동전의 양면처럼 ‘아직 전공 지식이 부족하다'라는 것을 뜻하지
만, 제 손에 들린 무기는 그게 다였습니다. 누구든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남들은 하지 않을 자신만의 활동이 있을 거예
요. 전 그게 MOOC 강의였고, ‘GISTALK’이라는 사이트였고, ‘GIST Course Scheduler’라는 프로그램이었어요. 자신의
특징을 알고 내세우기. 취업에선 그게 제일 중요한 것 같아요. 물론 코딩테스트와 같이, 직무마다 최소한으로 요구하
는 능력이 있는데 그런 기본적인 역량은 길러놓는 게 좋아요.
지난 9월 19일 지스트에서 진행된 ‘지스트 선배와의 온라인 Talk 콘서트’의 연사자로 나오셨습니다. 후배들과 어떤 이
야기를 하셨나요? 혹시 기억에 남는 후배가 있으신가요?
총 3부의 토크콘서트 중 저는 취업과 관련된 2부에서 제 취업 이야기를 주제로 30분 정도 강연했습니다. 많은 후배분
이 저의 직장에 관심이 많으시더라고요. 취업에 필요한 스펙이나 뭔가 특별한 ‘비밀 취업준비법' 같은 것들을 원하셨
을 텐데, 제 취업 이야기가 워낙 특이한 경우라 보편적이고 정형화된 이야기는 해드리지 못했습니다. 대신 위에서 말
한 “자신의 강점을 찾으세요!”나 “취업 준비는 멘탈이 가장 중요해요!” 같은 이야기를 해드렸습니다. 강연이 끝나고 전
해 들은 이야기로는 “너무 노력한 과정을 숨긴 게 아닌가. 너무 쉽게 쉽게 될 거라고 말하는 듯했다”라고 말씀하신 후
배분이 있다고 하셨어요. 이 자리를 빌려 답변을 드리자면, 취업 과정은 굉장히 힘들었고 다시 하라면 절대 안 하고 싶
어요. 하지만 이렇게 말하는 게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제가 했던 노력은 저여서 가능했던 일이었고, 취업도
운이 상당히 많이 작용하기에 누군가에겐 취업이 저보다 훨씬 쉬울 수도, 훨씬 어려울 수도 있습니다. 저의 가시밭길
을 보여드리는 대신 ‘어떻게 자신의 강점을 찾고, 어떻게 자신과 맞는 기업을 찾고, 어떻게 자신의 멘탈을 지킬 것이냐’
를 말씀드리는 것이 최선인 것 같았습니다.그래도 궁금하시다면 다음 기회에 저의 “우당탕쿵탕탕”을 보여드릴게요
지스트 재학 시절은 어떠하셨나요? 아직까지 기억에 남는 일은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지스트대학 때 이야기로 책 한 권은 쓸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일이 있었고, 즐거웠습니다. 학생회, 문행위, 하우스, 지대
로, 핫식스, 지스트신문사, 또래상담자, 교육경제학 연구인턴, 도서관 근로, SURF, IT해외봉사… 하나하나 다사다난했
어요. 휴학하고 돌아와서 저의 지스트 마지막 학기가 가장 행복했는데, 아마 김희삼 교수님의 <행복의 조건>이라는 수
업의 영향이 컸던 것 같아요. 생명과학으로 진학을 포기하고 입대를 앞둔 시점이라 졸업 최소 요건을 채워두고 교양과
목과 동아리 활동으로 학기를 보냈지요. 새로운 길을 간다는 부담이 있었는데 “고소득과 명성은 행복에 큰 영향을 미
치지 않는다", “행복은 자신에게 달렸다.” 같은 내용을 접하며 저의 길에 믿음을 얻었어요. 행복의 조건에서 배운 내용
은 취업을 준비할 때도,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마음속에 남아있었고 남아 있을 거 같네요.
비교적 최근에 졸업한 졸업생으로서, 지스트의 가장 큰 강점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요?
2년 동안의 기초교육학부로 폭넓은 과목을 배우고, 교양과 인문 수업이 탄탄하다는 것입니다. SURF나 교환학생 같은
프로그램과 (저는 누리지 못했지만) 무한도전 프로젝트는 학생들이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다른 대
학들도 비슷한 프로그램이 많지만, 경쟁률이 상대적으로 낮아 많은 학생이 누릴 수 있는 환경도 지스트의 강점입니다.
저는 인지과학이 좋았는데, 다양한 심리학 수업이 열려있고 칼텍의 인지과학 연구실에서 공부할 기회도 있었습니다.
생명과학 전공자인 제가 프로그래밍 수업을 듣지 못했다면 아마도 프로그래밍을 좋아하는지 몰랐을 겁니다. 지스트
최고 강점이 이런 다양한 경험과 기회라고 생각합니다.
취업하는데 있어서 지스트로부터 어떤 지원을 받으셨나요?
취업에 직접적으로 필요한 지원은 사실 대학 졸업장을 받은 것이 다입니다. 제가 학부생일 땐 취업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학부 대상 채용설명회나 취업 지원 프로그램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그래서 취업을 준비하며 다른 대학의 채
용설명회 귀동냥을 다니곤 했습니다. 하지만 그것보다 몇 배는 더 중요한 많은 지원을 받았습니다. 제가 누린 각종 프
로그램과 다양한 수업들은 진로 결정에 도움을 줬고, 교수님들은 진심 어린 마음으로 진로 상담을 해주셨습니다. 언어
교육센터의 엘리스는 제게 CV를 쓰는 걸 도와주셨는데, 이후 다양한 곳에서 CV를 유용하게 사용했습니다. 많은 도서
가 있고 신청도서를 빠르게 사준 도서관도, 관심 있는 컴퓨터 수업 청강을 쉽게 들을 수 있던 환경도 진로 탐색에 큰 도
움이 됐습니다.
코딩이 재미없어질 때 개발자를 그만두는 게 목표입니다. 재밌는 일을 하기 위해 코딩의 길로 들어섰기에, 재미가 없
어진다면 저에게 코딩을 하는 의미는 줄어듭니다. 지금은 인공지능 다루는 일이 매우 만족스러워서 언제 질릴지는 모
르겠지만요. 현재는 제 실력을 열심히 키우고, 인공지능으로 사람을 새롭게 이해해서 세상에 기여하고 싶어요. 지금은
제가 카카오라는 회사의 후광으로 인터뷰와 강연을 하게 된 것 같은데, 언젠가는 카카오의 박희수가 아닌 그저 ‘박희
수'란 사람의 색깔로 인터뷰하게 되는 것도 또 하나의 목표입니다. 그때 여러분을 다시 만나고 싶네요.
마지막으로 지스트의 후배들을 위해 한 말씀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고 여러분이 소중하지 않은 게 아닙니다. 여러분은 이미 멋진 사람이고, 앞으로는 더 멋지게
될 분들입니다. 남들이 가라는 대로 가지 않으셔도 됩니다. 좋아하는 일 해도 먹고 살 수 있고, 행복할 수 있습니다. 믿
고 해보니까 어떻게든 되고 잘 해결되더라고요, 신기하게 말이죠. 믿을 수 없으시겠다고요? 음… 그럼 어쩔 수 없지만
요. 그런데 믿으면 더 마음이 편해지고 세상이 아름답게 보이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