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과학기술 중심 대학,
철학의 질문을 품다
GIST에 합류한 두 철학자의 키워드 토크
인문사회과학부 강진호 교수 · 안강훈 교수
두 철학자가 GIST에 합류했다. 언어와 의미, 지식과 이해를 탐구해 온 강진호 교수와 동서양 사상, 예술과 감각의 문제를 연구해 온 안강훈 교수다. AI와 과학기술이 빠르게 세계를 바꾸는 지금, 이들의 합류는 GIST 안에서 인문학적 사유의 자리를 한층 더 넓히는 계기가 되고 있다. 두 교수를 만나 지식과 이해, 관점과 예술, 기술과 인간을 둘러싼 사유를 키워드 중심으로 들어보았다.

우리는 도대체 그 문제를 왜 해결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목적을 왜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볼 수 있고 또 물어보아야 합니다. 실제로 과학적 탐구에서 어떤 경우는 주어진 문제와 목적 자체를 반성하는 것이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강진호 교수

철학자들은 기존의 답을 찾기보다 새로운 질문을 제기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창조해가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과학 또한 이러한 창조적 활동과 맞닿아 있다고 봅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세계를 설명하는 이론이나 모델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철학과 과학은 만날 수 있습니다.
안강훈 교수
KEYWORD 01
합류

과학기술대학에서 시작하는
철학의 자리
강진호 교수
GIST의 훌륭한 교수님들과 학문적으로 활발히 교류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뛰어난 실력을 가진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게 되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습니다. 제가 현재 집중하고 있는 연구 분야는 언어철학과 인식론, 그리고 인공지능의 철학입니다. 언어철학에서 의미 분석을 통해 개념적 혼란을 없애면 실제 과학기술 연구에도 크게 기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안강훈 교수
올해 봄학기부터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제 전공은 철학과 미학인데요, 동서양의 철학과 예술을 폭넓게 연구하고 있습니다. 철학이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된 학문임을 보여주고, 더 나은 삶을 위한 예술의 중요성을 전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KEYWORD 02
언어와 관점

개념을 분명히 하고,
세계를 다시 바라보다
강진호 교수
‘언어철학’이라는 말은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습니다. 하나는 언어의 본성, 특히 언어 의미의 본성과 관련된 철학적 문제를 탐구하는 분야입니다. 다른 하나는 철학의 여러 문제에 등장하는 주요 개념의 의미를 분석함으로써, 그 문제를 해결하거나 해소하고자 하는 탐구 방법입니다. 자연과학과 공학은 수학적으로 잘 정의된 과학언어를 사용해 연구를 진행합니다. 그러나 과학언어의 용어와 수식이 정확히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과학언어만으로 이해될 수 없습니다. 그 연관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개념적 혼란이 발생하고, 궁극적으로는 자연과학과 공학 연구의 발전을 저해하게 됩니다. 양자역학의 ‘측정’, 인공지능 연구의 ‘기호’와 ‘신경망’을 둘러싼 혼란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안강훈 교수
학문 분야를 막론하고 중요한 것은 어떤 관점에서 대상을 바라보느냐라고 생각합니다. 철학은 우리가 익숙하게 받아들여 온 관점 자체를 되돌아보게 하는 학문이며, 제가 철학을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특히 동양사상은 우주를 단순한 물질의 집합이 아니라 살아 움직이는 유기적 존재로 이해해 왔습니다. 서양에서는 이러한 시각이 비교적 근대 이후에 본격적으로 주목받았지만, 동양에서는 오랜 사유의 전통 속에서 이어져 왔습니다. 그런 점에서 동양철학은 익숙한 세계를 다른 눈으로 바라보게 하는 중요한 사유의 자원이 될 수 있습니다.
KEYWORD 03
질문

답보다
먼저 질문을 배운다
강진호 교수
어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문제가 주어져 있어야 하고, 어떤 일을 효율적으로 수행하기 위해서는 먼저 그 일을 하는 목적이 주어져 있어야 합니다. 우리는 도대체 그 문제를 왜 해결해야 하는지, 그리고 그 목적을 왜 추구해야 하는지에 대해서도 물어볼 수 있고 또 물어보아야 합니다. 실제로 과학적 탐구에서 어떤 경우는 주어진 문제와 목적 자체를 반성하는 것이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습니다.
안강훈 교수
수업에서 강조하는 것은 특정 사상가의 결론보다 그들이 제기한 ‘문제의식’입니다. 철학자들은 기존의 답을 찾기보다 새로운 질문을 제기하고, 그에 대한 답을 창조해가는 존재라고 생각합니다. 저는 과학 또한 이러한 창조적 활동과 맞닿아 있다고 봅니다. 새로운 방식으로 세계를 설명하는 이론이나 모델을 만들어낸다는 점에서 철학과 과학은 만날 수 있습니다. 상호보완적인 관계에 있다고도 할 수 있습니다.
KEYWORD 04
기술과 인간

생성형 AI,
도구는 이해하지 못하는 감각
강진호 교수
저도 생성형 AI를 제 연구와 교육에 유용하게 사용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현재의 생성형 AI가 지식을 소유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AI가 생성하는 문장들의 의미를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도 않습니다. ‘지식’, ‘의미’, ‘이해’라는 세 용어의 의미에 대한 분석을 바탕으로 세운 기준들이 있는데, 생성형 AI는 그 기준들을 만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학생들은 이 점을 늘 잊지 말기를 바랍니다.
안강훈 교수
기술이 빠르게 발전하는 시대일수록 예술과 미학은 인간의 감각과 경험을 성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우리는 기술 발전을 주로 지식과 효율성의 관점에서 이해하는 경향이 있지만 이를 신체와 감각의 차원에서도 바라볼 필요가 있습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기술과 인간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존재합니다. 설령 그 간극이 줄어든다 하더라도, 인간은 자신의 감각과 경험에서 비롯되는 가치를 쉽게 포기하지 않을 것입니다.
KEYWORD 05
수업

지식 전달보다
사유하는 법을 익히는 시간
강진호 교수
제가 이번 학기에 가르친 두 과목은 모두 학부 교양과목이라고 하기에는 매우 어렵고 까다로운 내용을 담고 있었습니다. 이러한 내용을 학생들에게 최대한 정확하면서도 알기 쉽고 분명하게 설명하고자 노력했고 학생들이 과목 내용을 잘 이해하면 자연스레 여러 질문을 떠올릴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리고 수업 시간에 그 질문들을 함께 토론하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학생들이 좋은 질문들을 많이 해주었고, 덕분에 풍성한 토론을 할 수 있어서 큰 보람을 느꼈습니다.
안강훈 교수
철학과 예술이 특정한 소수의 영역이 아니라 우리 삶과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는 점을 전달하는 것이 수업에서 가장 중요한 목표입니다. 또한 학생들이 스스로 질문하고 사유하는 힘을 기를 수 있도록 유도하는 데 중점을 두고 있습니다. 그래서 수업에서는 질문을 많이 던지는 편입니다. 궁극적으로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보다 ‘사유하는 방식’을 함께 탐구하는 수업을 지향하고 있습니다. 칸트의 표현을 빌리자면, 철학은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철학하는 법’을 함께 고민하는 과정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KEYWORD 06
융합과 확장

기계 인식론에서 신경미학까지 ,
다음 질문을 향해
강진호 교수
저는 현재 인공지능과 같은 기계에 대해 ‘지식’이라는 개념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지 연구하고 있습니다. 또 그 정의에 따르는 지식을 인공지능이 소유할 수 있으려면 인공지능 연구가 어떠한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도 함께 고민하고 있습니다. 이 주제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교수님들과 공동연구를 진행해보고 싶습니다.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향후 “기계 인식론(Machine Epistemology)”이라는 제목의 과목도 공동으로 개설해보고 싶습니다. 힘이 닿는 한 현재 하고 있는 연구와 교육에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안강훈 교수
철학과 미학을 연구하다 보면 인간의 몸과 마음에 대한 이해에 자연스럽게 관심을 갖게 됩니다. 최근에는 이러한 문제를 다루는 뇌과학, 신경과학, 인지심리학, 신경미학 등과의 접점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교육 측면에서도 철학, 예술, 과학이 통합된 형태의 강의를 시도해보고 싶습니다. 삶을 오직 성취나 결과 중심으로만 바라보게 되면 오히려 그 폭이 좁아질 수 있습니다. 때로는 직접적인 효용과 무관해 보이는 경험들도 중요하게 여겨보기를 권합니다. 그러한 경험들이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의미를 갖게 되는 경우도 많기 때문입니다. 연구실은 늘 열려 있으니 언제든 편하게 찾아와 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