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게임하는 교수,
김경중 교수를 만나다
게임에서 현실까지, 인간 중심 AI를 위한 발걸음
김경중 교수(AI융합학과)
게임 속 한 수는 단순한 선택처럼 보이지만, 그 안에는 상황을 읽고 다음을 예측하는 복잡한 의사결정이 숨어 있다. 김경중 교수는 바로 그 지점에서 AI 연구의 가능성을 발견하고, 게임을 통해 인간의 판단과 협력 방식을 탐구해 왔다. 학생홍보대사 지온나래가 김경중 교수를 만나 게임 속에서 시작된 AI 연구의 흥미로운 이야기를 들어봤다.
지온나래
GIST의 공식 학생홍보대사로, 캠퍼스 투어와 교내·외 행사 지원, 그리고 학생이 직접 만드는 정보 콘텐츠를 통해 GIST의 매력을 전달합니다.
교수님의 연구실에 대해 소개 부탁드립니다.
저희 연구실은 ‘인지 및 지능 연구실’입니다. 인공지능 중에서도 특히 ‘인지’와 관련된 의사결정 문제를 연구합니다. 기억, 추론, 사고처럼 인지 과정의 요소는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어떻게 하면 최적의 결정을 내릴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집중하고 있습니다. 이 의사결정을 응용하는 분야로 게임을 선택했습니다. 게임 속 AI가 어떤 방식으로 상황을 판단하고 의사결정을 내리는지 연구해서 인공지능 기술 전반의 발전에도 기여하고자 합니다.
게임 AI를 연구하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으셨나요?
박사과정 때 게임을 꽤 진지하게 했습니다. 오델로라는 보드게임 국내 대회에서 우승한 적도 있을 만큼 깊이 빠져 있었죠. 게임을 하다 보면 “왜 이 수를 두어야 하지?”를 계속 생각하게 됩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의사결정 기술에 관심이 생겼고, 게임을 잘하는 경험을 AI 연구와 연결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지금의 연구로 이어졌습니다.
연구실의 주요 연구 성과에 대해 소개해 주세요.
게임 AI 연구는 크게 게임을 잘하는 AI 플레이어를 만드는 연구, 게임 콘텐츠를 생성하는 연구, 플레이어를 이해하는 연구로 나눌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성과는 MMORPG 게임 인공지능 플랫폼을 자체 개발한 것입니다. 게임 AI 연구에서는 실험용 플랫폼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상용 게임은 외부에 플랫폼을 쉽게 공개하지 않고, 완성도 있는 게임을 처음부터 만드는 데도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합니다. 그래서 MMORPG의 기본 요소를 포함한 연구용 게임을 만들고, 월드 오브 워크래프트 같은 상용 게임의 결과와 비교하며 다양한 연구에 활용하고 있습니다.

최근 국제 AI 게임 대회에서 우승하셨다고 들었습니다.
최근 크래프톤이 주최한 국제 AI 게임 플레이 대회인 ‘오락 게임 에이전트 챌린지’에서 우승했습니다. 이 대회는 LLM을 활용해 여러 게임을 범용적으로 플레이하는 에이전트를 만드는 대회였습니다. 저희는 대학원생 8명이 두 팀으로 나뉘어 서로 다른 전략을 시도했습니다. 결과적으로 소형 LLM의 한계를 인정하고 사람이 필요한 정보를 정리해 제공한 전략이 우승으로 이어졌습니다.
최근 어떤 게임 AI를 개발하고 계신가요?
요즘 관심을 갖고 있는 분야는 협력 게임 AI입니다. 예를 들어 ‘Overcooked’라는 게임에서는 두 사람이 함께 요리를 완성해야 합니다. 업무 분담, 타이밍, 동선 관리가 모두 중요하죠. 여기서 AI가 사람과 한 팀을 이루어 얼마나 잘 협력할 수 있는지를 연구하고 있습니다. 사람마다 의도와 행동 방식이 다르기 때문에 AI끼리 협력할 때보다 훨씬 어렵습니다. 그래서 협력 게임 AI는 인간과 컴퓨터의 자연스러운 상호작용을 탐구하는 HCI(Human-Computer Interaction) 분야와도 연결됩니다.
AI가 게임을 잘하는 것과 재미있게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인데, 어느 쪽을 더 중요하게 보시나요?
‘게임 AI’에서 AI가 중심이면 게임은 성능을 평가하는 실험실이 됩니다. 반대로 게임이 중심이면 AI는 더 재미있는 경험을 만드는 도구가 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후자에 더 무게를 둡니다. 어떤 최신 기술을 쓰느냐보다, 그 기술이 실제로 게임을 더 즐겁게 만드는지가 중요합니다.
왜 게임이 AI 연구의 좋은 실험실이 될 수 있을까요?
인간의 지능은 보고, 듣고, 말하고, 기억하는 일이 복잡하게 얽혀 있어 연구하기 어렵습니다. 반면 게임은 목표가 명확하고, 의사결정의 결과를 비교적 쉽게 평가할 수 있습니다. 게임은 가상의 환경 안에서 순수한 의사결정 문제에 집중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게임 AI의 성과를 현실에 적용한 사례가 있나요?
게임에서 쓰이는 개념은 현실 문제에도 적용될 수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가 재활 분야입니다. 재활은 반복적이고 지루해 환자들이 힘들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때 게임의 난이도 조정 개념을 활용하면 환자에게 맞는 난이도를 예측하고 조절해 더 흥미롭게 재활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재활 동작을 게임 캐릭터의 움직임과 연결하는 연구도 진행했습니다. 시뮬레이션 기반 강화학습 기술을 자율주행 분야로 확장하는 연구도 하고 있습니다.

언어 모델 기반 시스템 게임 플레이 장면.
슈퍼 마리오(왼쪽위), 포켓몬스터 레드(왼쪽아래), 스타크래프트 II(오른쪽위),2048(오른쪽아래)
로보틱스 분야 연구에 대해서도 소개해 주세요!
저는 여러 영역을 넘나드는 연구자입니다. 박사과정 때 게임, 로봇, 생물정보학을 다뤘고, 박사후연구원 시절에는 로봇 연구실에서 로봇을 위한 AI를 만들었습니다. 교수가 된 뒤에도 로봇 AI를 연구했지만, 하드웨어의 어려움과 학과 간 협업의 한계를 체감하며 게임 쪽으로 방향을 전환했습니다. 장기적으로는 게임에서 쌓은 연구 성과를 다시 로봇에 적용하고 싶습니다. 최근에는 어르신용 보행기에 센서를 부착해 사용자가 원하는 이동 방향을 인식하는 연구를 진행했습니다.
교수님이 말씀하시는 ‘인간 중심 AI’란 무엇인가요?
쉽게 말하면, AI와 게임하는 것은 생각보다 재미없고 사람과 게임하는 것은 재미있다는 차이에서 출발합니다. AI가 훨씬 잘하더라도 사람과 할 때의 즐거움은 다릅니다. 사람은 실수도 하고, 상대의 수준에 맞춰 조절도 합니다. 결국 인간 중심 AI란 사람이 AI와 함께할 때 불편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AI 기술을 사람에 맞게 변화시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연구실의 궁극적인 목표와 장기적인 비전을 말씀해 주세요.
저희 연구실은 게임에만 한정하지 않고, 여러 분야에 적용할 수 있는 최적의 의사결정 방법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궁극적으로는 AI가 사람이 일일이 가르쳐주지 않아도 시행착오를 통해 스스로 배우고 판단하는 방법을 찾는 것이 목표입니다. 장기적으로는 언어 중심의 파운데이션 모델을 넘어 게임·로봇·자동차 등 다양한 영역에서 행동까지 수행할 수 있는 비전-언어-액션 모델로 발전하길 기대합니다.

연구 과정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과 극복 방법을 나눠 주세요.
박사후연구원 시절, 로봇이 다른 로봇의 의도를 이해하고 모델링하는 연구를 오래 진행했지만 기대만큼 결과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로봇 기술의 한계도 있었고, 인지과학이나 심리학을 더 깊이 알았다면 좋았겠다는 아쉬움도 남았습니다. 이후 게임 AI로 방향을 전환했지만 이 분야 역시 쉬운 길은 아니었습니다. 그래도 오래 파고들 수 있는 주제라면 꾸준히 이어가는 힘이 중요합니다. 그 경험은 공학만으로는 풀 수 없는 문제도 있다는 교훈을 주었고, 다양한 배경을 가진 학생들과의 협력을 중요하게 여기는 이유가 되었습니다.
후배 연구자들에게 해주고 싶은 조언이 있다면 나눠주세요.
게임 AI나 HCI는 자신만의 관심사와 연결할 여지가 많은 분야입니다. 제게 오델로 게임 경험이 큰 자산이 되었듯 누구에게나 연구의 출발점이 될 만한 관심사가 있을 수 있습니다. 수학이나 과학을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동기와 의지가 더 중요합니다. 목표가 생기면 필요한 기술은 분야 관계없이 스스로 찾아 배우게 되니까요.
AI 시대에 인간이 반드시 가져야 할 역량은 무엇일까요?
저는 AI를 여전히 좋은 도구로 바라보고 있습니다. 전기가 발명된 뒤 삶의 방식은 크게 바뀌었지만, 밥을 먹고 대화하고 자아를 실현하려는 인간의 본질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AI도 결국 인간을 위한 도구입니다. 그래서 AI 시대에 더 중요한 것은 생각하고, 말하고, 대화하고, 창의적으로 사고하는 기본 역량입니다. 도구에 종속되기보다 잘 활용해 우리의 본질적인 활동을 더 풍요롭게 만드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마지막으로 독자분들에게 한마디 부탁드립니다.
게임 AI 연구가 낯설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게임도 충분히 깊이 있는 연구의 대상이 될 수 있습니다. 게임이 아니더라도 자신만의 관심 분야가 있다면 그 안에서도 새로운 연구 주제를 찾을 수 있습니다. “게임도 연구가 되는데, 이것도 되지 않을까?”라는 마음으로 새로운 분야에 도전해 보시길 바랍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