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변화의 시대,
우리의 대응
2020년, 코로나19로 인해 봉쇄와 머무름이 일상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역설적이게도 마스크 너머로 파란 하늘을 자주 올려다 볼 수 있었다.
기후변화에 따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무엇을 해야할지 전례없는 팬데믹 속에서
전 지구가 원치 않는 실험 중이지만,
이 상황이 또한 해결책을 제공할 수도 있을 것이다.
2020년 잠시 멈춤, 지구가 보여준 역설
지난 1년여 넘게 우리는 코로나19로 인해 많은 어려움을 겪어 왔습니다. 이제 백신이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곧 예전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희망을 품게 됐습니다. 유래 없던 어려움을 겪으며 우리는 그간 크게 관심 가지지 않던 여러 가지 문제들을 살펴볼 수 있었습니다. 가령, 사회적으로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과 보다 보편 적인 사회적 안전망의 필요성 그리고 자연적인 문제로는 인간 활동으로 인한 환경문제 등을 꼽을 수 있습니 다. 인류가 환경문제에 관해 얼마만큼의 책임이 있는지에 대해서는 논쟁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2020 년 2월부터 세계 곳곳에서 시작된 사회적 거리두기와 국경의 봉쇄, 그로 인한 경제활동의 멈춤으로 인해 맑아 진 하늘과 지구환경은 그간 인간의 사회 경제적 활동이 지구환경에 얼마나 심각한 문제를 일으켰는지를 역설 적으로 보여줬습니다.
코로나19를 통한 전 지구적 실험, 온실가스 감축의 실마리를 엿보다
2020년 통계에 따르면, 맑아진 하늘처럼 직접 우리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경제활동의 감소로 인해 중요한 온
실가스인 이산화탄소의 배출량이 감소했다고 보고됐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 농도
는 줄어들지 않았다는 연구결과는 앞선 배출량의 감소와 더불어 여러 가지 생각을 하게 합니다. 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것일까요? 이산화탄소의 대기 중 농도는 인간 활동에 의한 배출량과 지구 탄소 순환에 의해서 결정
되는데, 여기에는 몇 가지 복잡한 과정들이 존재합니다. 배출된 탄소의 많은 양은 토양, 바다, 식생 등 지구시
스템의 다양한 탄소저장고로 저장되고 나머지 일부가 대기 중에 쌓이게 됩니다. 2020년의 예로 추정할 수 있
는 것은 파리기후변화협약의 지구 평균 기온 상승을 2도 혹은 1.5도 보다 낮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목표와 이
를 달성하기 위한 이산화탄소 농도의 하락은 단시간의 노력으로 이루어지기 힘들다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물
론 자세한 연구는 추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합니다. 즉, 2020년 코로나19로 인한 일시적인 전 세계적 경
제활동 감소는 인류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해 어떠한 노력을 해야하는지를 실질적으로 보여줬던 전지구적인
실험일 수도 있습니다.
인간 활동으로 인한 기후변화, 지구온난화는 이제 큰 이견이 존재하지 않는 과학적인 사실이고 인류가 풀어
야 할 큰 과제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와 우리의 다음 세대는 무엇을 해야할까요? 앞서 인간활동으
로 인한 지구온난화에 대해서 큰 이견이 없다고 말씀드렸지만 여전히 의심하고 있는 소수의 집단은 존재하고
그들의 목소리 또한 무시되어서는 안 될 겁니다. 또, ‘이산화탄소를 줄이자’고 하는 것은 ‘쓰레기를 줄이자’처
럼 생활 속에서 실천할 수 있는 행동과는 달리 그 의미하는 바가 상당히 무겁습니다. 지금의 경제활동은 탄소
경제로 정의할 수 있을 만큼 화석연료 기반의 경제구조입니다. 다른 말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려면 지금의
경제구조 자체를, 어쩌면 우리 삶의 많은 것들을 바꾸어야 하는 문제가 됩니다. 또, 이 문제는 우리만의 노력
으로는 해결되지 않는 전지구적인 문제이기도 합니다. 따라서 우리는 어떤 노력을 기울여야하는가에 대한 방
향은 개개인의 입장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과연 우리가 다른 나라보다 먼저 이 문제에 대해 행동해야만 하는가
등 많은 질문 속에 중요한 것들을 놓치고 있는지 모릅니다.
기후변화에 대응하는 과학의 커다란 축 세 가지,
그리고 함께 노력하는 지스트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기술적인 대응 방안은 커다란 세 개의 축으로 존재합니다
첫째는 기후변화 과학, 기후시스템의 변화에 대한 상세한 감시 및 원인의 규명 그리고 이를 기반으로 하는 좀 더 나은 미래 전망 시스템의 구축을 들 수 있습니다.
둘째, 기후변화의 영향과 적응에 대한 준비입니다. 기후변화로 인한 건강, 농수산, 물 관리, 산림, 국토, 산업 분야 전반에 대한 영향과 취약성을 평가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며 새로운 기후에 적응할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합니다.
마지막으로는 기후변화 자체를 완화하려는 노력 등이 있습니다. 여기에는 온실가스 배출을 감축하고 제거하 는 모든 기술을 포괄합니다.
이 세 가지는 잘 맞물려 돌아가는 톱니바퀴처럼 작동해야 합니다. 기후변화에 대한 취약성 파악 혹은 적절한 완화 기술을 개발 그리고 선택하기 위해서는 좀 더 나은 기후변화 과학의 뒷받침 없이는 불가능 합니다. 간단히 예를 들면 특정 지역에 2050년 온도와 강수량 변화와 탄소순환과 저장고들의 모습이 탄탄한 기후변화 과 학을 기반으로 정량적인 수치와 그 불확실성까지 함께 제공되어야만 특정 지역, 특정 섹터에 대한 취약성, 적응 방안, 이산화탄소 잠재 저감능력 등을 파악할 수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피해 저감과 기후변화 완화의 다양 한 방식을 과학적으로 평가하여 그에 기반한 맞춤형 정책의 제안이 가능해집니다. 우리 정부는 이미 2050년까지 탄소중립 사회에 진입하겠다는 선언을 했으며 중앙과 지방정부 수준에서 다양 한 정책이 발굴되고 수립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몇 가지 우려스러운 점들이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이 세 가지 축에 대한 균형 잡힌 접근이 부족해 보입니다.
지난 코로나19를 겪는 동안 한국의 코로나19 대응은 전세계에서 거의 최고 수준이었으며 핵심은 과학에 기반한 정책들의 발굴과 제시로 시민들과 소통하면서 추진하고 또 수정했기 때문에 이루어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과학에 대한 불신으로 초기 대응에 실패한 일부 국가의 뼈아픈 실책과 막대한 피해의 모습이 역설적으로 K방역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의 성공적인 대응 원인을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합니다. 향후 기후변화에 대 한 대응 역시 이러한 K방역의 길을 따라가야 합니다. 즉, 탄탄한 기후변화 과학에 기반한 정책들의 발굴과 제시, 시민들과의 소통 속에서 이뤄진 추진 및 수정이 꾸준하게 정책의 기조가 되어야 합니다. 이를 위해 기후변 화 대응의 세 가지 축이 균형적으로 맞물려 돌아가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지스트 역시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과학기술의 요충지로서 핵심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