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상상이 현실로

“인공지능 시대에 오신 걸 환영합니다!”

“자비스, 노래 한 곡 틀어 줘. 신나는 걸로.”

한 남자가 자신의 스마트기기에 대고 명령을 내리자, 기계가 대답을 하면서 그 남자의 취향인 노래를 잇달아 틀어 준다. 인공지능의 시대에 들어선 우리의 모습이다. 영화 속에서나 펼쳐질 것 같던 미래 세계, 인공지능기술로 한층 가까워지고 있다.


튜링 테스트, 인공지능의 시작

인공지능기술 탄생의 공헌자로 꼽히는 인물은 영국의 수학자이자 암호학자, 논리학자인 ‘앨런 튜링(Alan Turing)’이다. 그는 이미 50여 년 전에 ‘Computing Machinery and Intelligence’라는 논문을 통해 기계지능에 관한 의미 있는 이론을 제시했으며, 현재 인공지능인지 아닌지를 판별하는 기준으로 적용되고 있는 ‘튜링 테스트(튜링 모방 게임)’를 발표해 화제를 모았다.

튜링 테스트는 컴퓨터도 인간처럼 어떤 질문에 대해 의도된 실수와 애매한 답변으로 질문자를 속일 수 있는지를 테스트하는 게임으로, 컴퓨터가 특정 인지 작업에서 인간 수준의 성과를 낼 수 있음을 확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즉, ‘지능’이 인간만의 고유한 본성이 아니며, 컴퓨터도 인간처럼 생각을 할 수 있는 힘을 가질 수 있음을 확인시킴으로써 이후 컴퓨터가 반복적인 수학 계산을 넘어 훨씬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했다.

 

인공지능, 좌절을 맛보다

튜링 테스트를 통해 지능이 인간만의 본성이 아니라는 것을 확인하게 되면서 컴퓨터로 하여금 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연구는 당시 ‘근사한 아이디어’로서 ‘엄청난 열광’을 불러일으키게 된다. 1956년 인공지능의 아버지라고 불리는 ‘존 매카시’에 의해 ‘인공지능(A.I)’라는 용어가 정립된 후 A.I 분야에 매력을 느낀 많은 과학자들은 지식 표현, 학습 알고리즘, 신경 컴퓨팅, 단어계산 등과 같은 분야에서 보다 새롭고 중요한 아이디어를 제안하며 금방이라도 인간의 지능을 뛰어 넘는 A.I를 만들 수 있을 것으로 낙관했다.

하지만 현실은 그리 녹록하지 않았다. 개발된 몇몇 A.I 프로그램들은 대부분 기계 번역 등과 같이 여전히 간단하고 제한된 문제에서만 제대로 동작할 뿐 어렵고 복잡한 문제에서는 올바르게 기능을 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인공지능이 가치를 발휘하지 못하게 되자, 결국 1970년에 이르러서는 A.I 연구 자금줄도 끊어지며 A.I 기술은 돌연 암흑기를 맞이하게 된다.

 

딥러닝으로 똑똑해진 인공지능

이후 1980년대에 이르러 또 한 번의 암흑기를 더 거친 후에야 인공지능 분야는 다시금 연구에 탄력을 받게 된다. 인간의 뇌 구조를 모델링한 인공신경망기술의 발전과 빅데이터의 활용을 기반으로, 인간이 모든 판단 기준을 정해주지 않아도 컴퓨터가 스스로 인지하고 추론하며 판단할 수 있도록 하는 ‘딥러닝’ 기술이 적용되면서부터다.

딥러닝 기술은 인간의 두뇌가 수많은 데이터 속에서 패턴을 발견한 후 사물을 구분하는 정보처리 정보 방식을 모방한 기계학습(머신러닝) 기술로, 중국 바둑기사인 커제 9단과 우리나라 바둑천재인 이세돌 9단을 차례로 꺾고 바둑계를 평정하면서 유명세를 타게 된 구글의 바둑 인공지능 ‘알파고(AlphaGo)’의 핵심 기술로 전 세계에 널리 알려졌다.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학습하고 분석 및 판단해 결국은 인간을 이긴 첫 번째 승리, 바로 이 ‘딥러닝’ 기술로 가능했던 것이다.

 

알파고를 넘은 인공지능, 알파고 Zero

바둑에서 인간이 인공지능에게 졌다는 충격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알파고는 불과 1년 만에 더욱 똑똑해진 모습으로 전 세계를 놀라게 하고 있다. 이세돌 9단을 꺾고 바둑계를 제패한 그 알파고를 바둑에 대해 학습한 지 단 3시간 만에 이겨버린 ‘알파고 제로’가 등장했기 때문이다.

놀라운 것은 기존 알파고의 경우 방대한 양의 바둑 기보 데이터베이스를 바탕으로, 이를 스스로 학습하고 분석해 다음 수를 예측함으로써 승률을 높였던 것에 반해, 알파고 제로는 기존 바둑 기보 데이터 없이 단지 바둑 규칙만으로도 승률을 높이는 수에 관한 데이터를 스스로 생성하는 독학을 통해 기존 알파고와 대결해 100전 100승을 거뒀다는 점이다. 즉, 인간의 지식이나 큰 도움 없이 바둑을 마스터하는 데 성공한 것이다. 1960년대 A.I 융성기에 많은 과학자들이 그리 바라마지 않아 왔던 ‘인간을 뛰어넘는 인공지능’ 개발이 실현된 셈이다.

 

인공지능이 활약하는 세상

인공지능의 활약상은 비단 바둑에서뿐만이 아니다. 구글에 인공지능 바둑기사 ‘알파고’가 있다면, IBM에는 인공지능 의사 ‘왓슨’이 있다. 수십 만 혹은 억에 달하는 방대한 양의 의학정보와 각종 임상데이터를 학습한 왓슨의 활약상은 특히 의료 분야에서 눈부시다. 환자 한 명의 맞춤 암 치료를 위해 매번 100GB 유전자 데이터를 분석할 뿐 아니라, 환자들의 질병을 분류하고 처방을 제시하는 등 의사들이 보다 정확한 처방을 내릴 수 있도록 도우면서 인간의 생명 연장에 기여하고 있다.

그리고 더 가깝게는 스마트 디바이스를 기반으로 인간의 명령을 수행하는 챗봇의 활약 또한 인간의 삶을 보다 풍요롭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처럼 인공지능의 존재는 우리 일상생활에서 때로는 인간의 경쟁자로서 또 때로는 인간의 조력자로서 다양한 역할을 수행하며 다방면에서 활약하고 있다.

 

 

창작 분야에 도전하는 인공지능

곧 상용화될 것으로 전망되는 자율주행 분야에서도 인공지능기술은 빠질 수 없는 핵심 기술로 부각되고 있다. 자율주행기술과 결합된 인공지능은 육체의 한계로 인해 지금껏 인간이 해내지 못했던 부분까지 보다 쉽고 빠르게 해낼 수 있다.

그뿐일까. 이제 인공지능은 인간의 고유 영역인 예술 분야에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인간만이 가능할 것으로 여겨졌던 창의적인 부분에까지 인공지능 활용 영역이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일례로, GIST 인공지능센터의 안창욱 센터장이 개발한 인공지능 작곡가 ‘이봄(EvoM)’이 지난해 EDM 장르의 디지털 앨범을 출시한 지 1년 만에 올해 6월 뉴에이지 장르의 곡을 작곡해 음원사이트에 선보였다. 인공지능이 작곡했는지 모를 정도로 해당 장르에 대한 곡 표현이 뛰어나다는 실제 작곡가의 말은 언젠가 인공지능이 인간의 감성까지 담은 멜로디를 작곡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을 갖게 한다.

 

My Digital Companion, ‘A.I’

그렇다면 인공지능의 종착점은 어떤 모습일까. 인공지능의 최종 모습은 어쩌면 영화 <아이언맨>에 나오는 인공지능 비서 ‘자비스’가 되거나 혹은 영화 <엑스마키나>에서처럼 인간을 농락하는 인공지능 ‘에이바’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인공지능기술의 발전에 우려보다 먼저 기대감이 드는 것은 현재 인공지능기술을 견인하고 있는 글로벌 리더인 구글이나 아마존이 제시하는 인공지능의 미래 비전이 ‘동반자 같은 나만의 디지털 검색 엔진을 만드는 것’, 즉 ‘My Digital Companion’으로서의 인공지능기술 활용에 초점이 맞춰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GIST 인공지능센터 안창욱 센터장은 “인간의 삶에 윤택함을 더해줄 기술로서 인간 중심의 인공지능이 개발되고 있다”며, “향후 5년간은 심리학 등 인문학적 요소와의 융합을 통해 인간을 이해할 수 있는 인공지능이나 데이터 분석을 통한 결론의 근거까지 인간에게 설명할 수 있는 방향으로 인공지능 개발이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1950년에 인공지능이라는 개념이 처음 도입된 후 약 70년이 흐른 지금, 인공지능은 인간의 창작 분야까지 넘보며 빠른 속도로 발전하고 있다. 하지만 이제야 겨우 출발선에 선 것일 뿐 향후 인공지능기술이 보여줄 가능성은 무한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인공지능기술로 인해 펼쳐질 새로운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정답이라고 확답할 수는 없겠지만, 인공지능기술의 최강자인 구글이 지난 5월에 내놓은 ‘구글닷 에이아이(Google.AI)’라는 인공지능 프로젝트 정책을 그 답변으로 대신할 수 있겠다.

“인공지능의 혜택을 모든 사람에게 전한다.” 이는 구글이 자사의 모든 기술 및 서비스 분야에 인공지능기술을 적용함으로써 누구나 언제, 어디서나 인공지능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인공지능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인공지능을 친구로 둠으로써 인간이 더욱 행복해지는 세상, 이제 우리는 그 미래를 향해 겨우 한 걸음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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